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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사 K May 31. 2024

무너진 공동체

불법건축물 , 이해보다는 신고정신이 투철해진 시대

안전! 또 안전! 해체도 허가없이는 마음대로 못한다!


 불과 몇년전에는 어느정도 작은 규모라면 허가 없이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최근 법이 개정되어 모든 건축물(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에 대하여 철거를 할 경우 해체신고 또는 허가를 받고 철거를 해야한다. 과장을 조금 더 하면 개집도 마음대로 못 부신다. 말그대로 강력한 규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완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불법건축물에 관한 사항이다.



■ 불법건축물의 규모

 

 불법 건축물의 규모를 생각하면 건물을 통째로 불법으로 사용한다기보다는 전체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 맞는 것이 불편해서 처마를 덧달거나 상가 앞에 여유가 조금 있다 생각하여 지붕이 있는 테라스를 간이적으로 설치하여 손님을 더 모으려고 한다거나 살아가면서 조금씩 살이 더해지는 것처럼 건물에 작은 덧살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불법이라고 생각지도 못한다는게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것이 주변만 보더라도 누구나 비슷하게 건물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게 합법적으로 설치한 것인지 불법으로 설치한 것인지 일반인이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하기엔 또 아니고 너무나도 많은 건물들이 그렇게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있기에 공무원들도 쉽게 위반건축물을 단속하지는 않는다.



단속되어 이행금을 내는 것도 억울한데 해체계획서 검토비용을 또 내야한다니!


 안전하게 철거하여 주변 건축물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고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 등을 고려하여 계획해주고 검토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건축사로서 업역이 확장되는 것이니 뭐 좋은일이라고는 하겠지만 지금의 법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초입에 말한 것처럼 망치로 뿌셔도 될 것만 같은 몇평도 안되는 간단한 구조물(구조물이라 칭하기도 부끄럽다)도 해체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하니 건축주는 단속된 것도 억울한데 검토비용을 어쩔수 없이 제출하는 셈이다. 악이용해서 불법적으로 이익을 취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건축주는 모른다는게 문제다. 이는 건축주에게 건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방법을 구안하는게 중요하다.


이해보다는 신고 정신이 투철해져버린 지금이 클린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니 옆집도 저희랑 똑같이 하고 있는데 왜 저희만 위반으로 걸리고 철거까지 해야하는거에요?"

"아마... 불법건축물로 누가 민원을 넣은게 아닐까요?"

"그럼 저도 여기 있는 건물들 다 신고해도 되는거에요?"


 위반건축물로 단속된 분들의 대부분의 반응이다. 누군가의 민원이 또 다른 민원을 만들고 그 민원들이 쌓여 도시의 불법건축물을 정리한다는 이 과정이 좋은 것일까? 차라리 공무원이 도시 곳곳을 일부 지정하여 전체를 단속하는 것이 이웃간의 감정싸움을 막는게 아닐까? 이건 뭐 서로 죽어보자고 불을 지펴주는 것과 다를게 없다. 그러다보면 서로를 이웃으로 보는게 아니라 신고해야할 대상으로 보게 될텐데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사회가 실현이 되겠는가? 



건축사에게 보이는 불법건축물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모 건축사의 고향에 있는 부모님 댁에 불법건축물 민원이 들어와서 철거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한다. 모 건축사는 그 동안 보였던 불법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못본 척 넘어가고 그랬었는데 부모님 댁에 민원이 들어와서 마을에 있는 불법건축물을 전부 민원을 넣어 철거를 했다고 한다는 이야기... 그 마을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을 것이다.  


 

불법건축물과의 전쟁은 장기전이다.


 지자체에서는 간혹 기간을 주면서 불법건축물에 대한 자진신고 및 양성화(불법을 합법화하는 절차)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때는 단속되어 이행강제금을 무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합법화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는 것인데 거기에 추가로 건축물이 불법건축물로 되는 과정들을 이해시켜줄 수 있는 자료들도 함께 배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건물에 어떤 행위를 더하려고 할 때 이에 대한 사항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건축사사무소와 협의하여 진행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장기적으로 도시가 안정화될 수 있다.


 또한 정도가 있겠지만 누군가의 민원은 정직해보일 수는 있어도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염려스러울 뿐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어떻게든 상대를 해치려는 눈빛이 아니라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눈빛이여야 하지 않을까?


 



 법이 개정되는 것을 지켜보면 강화되면 강화되었지 완화되는 것은 거의 본적이 없다. 무슨 재난만 있으면 법이 강화된다. 화재가 일어나서 문제가 되었다면 화재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보단 화재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화재가 나더라도 피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일단 법으로 개정해볼까? 식이다. 

 

 마치 자식이 혼자서 세상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를 억압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자체를 하지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과 다를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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