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인권을 위해 담당자의 이름을 비공개하다.
2024년 봄이였던걸로 기억한다. 김포시 어느 도로공사로 인해 정체구간이 생기자 이를 부정적으로 본 민원인이 해당 담당공무원과 관련한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이 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다.
건축에서 행정은 늘 가까이에 있기에 공무원과 업무협의를 봐야할 일이 많아서 시청 사이트를 통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누구인지를 정말 자주 검색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이트에 담당자의 이름이 사라졌다. 김포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공무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행정을 답답하게 만들었는지 모를 것이다. 비공개로 해서 악성민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면 뭐 할말이 없지만 만약에 악성민원을 넣을 사람이였다면 담당자를 비공개 한다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청에 들어가서 담당자가 누구인지를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미칠 노릇이다.
보통 전화를 하게 되면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무슨과 누구라고 전화를 받는다.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네 OO과 OOO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주무관님 OO 일 관련해서 문의를 드릴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 (바로 용건)"
그런데 비공개로 하게 되면 담당자인지를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러한 번거로움이 한 두번으로 끝날 일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겠지만 공무원들과 업무상 전화 할 일이 많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들이 출장을 가거나 교육, 연차 등으로 인한 부재가 생각보다 많아서 그럴때마다 확인을 해야하는데 이름을 모르니깐 본론을 들어가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돌려받았습니다. OO과입니다."
"안녕하세요. OO 관련해서 문의를 드릴려고 하는데요. 담당 주무관님이 자리에 안계시나요?"
"네 지금 OO로 인해 자리에 안계십니다."
"혹시 언제쯤 들어오실까요? 담당 주무관 성함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위는 정말 깔끔하게 대화가 진행되면 다행이겠지만 앞선 민원인과 어떤 통화를 했는지 전화를 받자마자 화를 내는 경우도 많고 전화를 안 받으려고 수화기를 뒤집어 놓는 경우도 있다. (계속 통화중이길래 옆자리 주무관에게 전화를 했더니 바로 연결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담당자를 공개했을 때 업무적으로 먼저 물어볼 수도 있다. 통화를 하다가 다시 물어볼 일이 생기면 전화드리겠다면서 OOO 주무관님이 맞으시죠? 하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이제는 비공개여서 이름을 묻는 것 자체가 마치 부정적인 제스쳐가 되어버린듯하다.
업무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통화를 하는 것이다. 가끔 업무가 처리된 후에도 행정처리가 잘못되어 문제를 짚을 경우가 있는데 담당공무원이 자주 바뀌는 탓에 인터넷이나 통화로만 행정이 가능한 시대에 사는 지금에 그때 담당자가 누구였는지 물으면 비공개로 해놓으셨으니 모른다고 답변해야할까?
어떻게 보면 나는 공무원이 아니기에 민원인에 속하지만 김포시의 사례처럼 말그대로 악성민원인이 있다면 악성공무원도 있다. 그럼 그거에 맞추어서 무슨 조치를 하는가? 극히 드물다. 공무원이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서로를 적대하는 것처럼 각자의 인권을 지키기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ARS 문의가 상담원과 통화연결하기 전에 몇번의 버튼을 누르면서 결국 상담을 포기하는 것처럼 공무원하고 민원을 보기 위한 단계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민원자체를 포기하고 그냥 불편하게 살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100% 비공개도 아니고 10%만 비공개로 해놓고 답답하면 전화를 하지 말던가~~ 찾아오시던가~~ 요런 느낌인건가?
그리고 악성민원을 넣은 민원인을 처벌해야지 ... 그러면 내 인권은 누가 챙겨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