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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사 K Sep 02. 2024

투덜투덜 건축시리즈-1(해체공사)

해체 공사시 발생하는 사고는 단순히 시공사의 잘못인가?

ㅱ 사고가 나면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며칠전 청주에 있는 3층 규모의 교회 해체공사 중 건물 옥탑 부분이 도로측으로 전도되어 주변 전깃줄 등 피해를 주어 인근 전기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철거공사 현장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그 감리한 건축사는 운도 참 없지 생각했다.


출처 : 뉴스1


ㅱ 운이 없었다고?


 어떻게 건축사라는 양반이 운이 없었다고라는 말을 할 수 있어? 라고 많은 이들이 욕을 할 것이지만 이건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해체공사를 하기 전에 심의를 통해 해체계획서를 검토하고 그에 맞추어서 해체를 해야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고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그리고 감리자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지 내 이야기를 좀 듣고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ㅱ 안전관리의 책임 유무를 따지겠다!


 신기하게도 실무를 하게 되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한다기보다는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유무를 따지는게 현실이다. 청주 해체공사 사고뉴스를 보더라도 현장의 안전관리를 잘했는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감리자의 책임 유무를 묻겠다는 말이다. 


 뉴스 영상에서 감리단은 작업 진행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상되는 것은 ⓐ해체계획서를 작성했을 때 현장을 면밀하게 검토(해체 장비 위치 등)하여야 했으나 그 점이 미흡하여 해체 장비의 위치 이동에 따른 작업 변경 ⓑ 해체계획서에서 정해놓은 해체 순서를 따라야하나 부분적으로 다른 순서로 진행 ⓒ 해체계획서 상 장비로는 어려워서 장비를 변경하거나 해체 공법을 변경 ⓓ 최악의 상황이지만 감리자가 상주해야하나 현장에 없었을 경우 등등...


 그리고 안전관리의 책임 유무를 따지겠다!! 이 말이 재밌는게 뉴스 영상에서는 민원을 계속 넣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에 따른 책임이 현장에만 있는게 아닌 것이다. 담당 공무원 또한 함께 책임을 물어야하는 상황이지만 마치 모든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는 재미난 문구이다. 



ㅱ 해체공사시 발생하는 사고가 단순 시공사의 잘못인가?


 몇달전에 나 또한 해체감리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해체계획서 상 해체 일정은 25일로 되어 있었으나 의뢰인은 나에게 18일 이내로 무조건 맞출거라서 25일 감리비를 다 받는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18일치 감리비를 받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내가 맡은 해체공사 같은 경우 주변 건축사들에게 물어보니 2주면 끝날 것 같다고 말씀하시길래 의뢰인이 요구한 대로 맞춰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공사가 계약 일정보다 더 늘어나게 되면 그에 맞는 감리용역비를 계산할 것이라고 특약 조건을 계약서에 작성하자고 했더니 절대 그런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됐을 것 같나? 18일이 아니라 약 23일 정도가 걸렸다. 


 이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최대한 줄이자면 감리자의 역할이 너무나도 제한적이여서 조금이라도 현장에 변동이 있으면 감리자와 지자체, 시공사, 발주처, 의뢰인 등 협의하여 조율을 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사가 최소 한달이 지연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적으로 급한 입장에서는 재심의를 받지 않는 선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해체계획서 상에 문제가 있어보이더라도 그냥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 감리자는 그냥 병풍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여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해체계획서대로 하라는 융통성 없는 감리자, 해체계획서 일정 말고 더욱 더 빠듯하게 철거를 하라는 의뢰인 그 사이에서 시공사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면 사고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다.


ㅱ 해체공사뿐 만일까?


 체코가 원전 수주를 협상대상에서 한국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계약한 일정에 맞추어 시공하는게 한국이기에 선택했다고 한다. 일정이 정해져있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하는게 우리나라다. 후보로 있었던 프랑스 같은 경우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 3기는 예정보다 13년이 늦었다고 하고, 2007년에 짓기 시작한 플라망빌 원전은 아직도 완공이 안났다고 한다. 


 가히 빨리빨리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이야 그냥 빨리빨리 지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빨리빨리 짓는것도 짓는 것이겠지만 계약에 정해놓은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그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내야한다. 


 우리 100일안에 하기로 했자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는 모르겠고 일단 100일안에 못했으니깐 너는 그에 맞는 책임을 지면 돼. 돈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

 

 이게 우리나라의 현 시점이다. 시공사에게만 탓할 게 아니다.


ㅱ 유연함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해법을 묻는다면 조금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해체공사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있어 감리자가 왜 있겠는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는자이다. 그런데 그런자에게 권한은 제한적으로 주고 책임은 엄청나게 주고 있으니 건축사들이 해체감리용역에 발을 빼는 이유다. (그러나 해체감리 용역비는 현재 다른 일반 감리용역보다 몇배를 받고 있으니 말그대로 사고발생 책임에 대한 값이라는 말도 있다)


 해체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용역에 있어서도 계속되는 기존 자료들만 참고하고 뭔가 앞장서서 시도는 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그 실패를 책임질 용기가 없다보니 계속 이전에 어떻게 했는지만 따지고 따진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물이 좋냐 하면 이럴거면 설계공모를 왜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취지만 좋다 취지만


 뭐 어쩌고 저쩌고 해서 법이 무진장 강화되었다고 해서 지금 사고가 안나는가? 나고 있잖냐.. 그럼 그 법을 더 강화할 생각만 하지 말고 원천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생각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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