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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 Oct 24. 2021

숲에서 만난 사람들 1

숲에서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나무에 손과 허리를 부딪치는 사람, 운동화를 신은 사람.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선글라스를 낀 사람, 팔을 휘저으며 걷는 사람, 친구와 함께 걷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샌들을 신은 사람, 시폰 치마를 입은 사람. 머리카락을 묶은 사람, 셔츠를 입은 사람, 젤리 슈즈를 신은 사람, 등산복을 입은 사람, 음악을 들으며 뛰는 사람, 넥타이를 매고 정장 바지를 입은 사람. 통화하는 사람, 쉼터에 앉아있는 사람,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고르는 사람, 안전모를 쓰고 안전화를 신은 사람, 라디오를 틀어놓고 걷는 사람, 지팡이를 짚는 사람, 물을 마시는 사람, 하늘 사진을 찍는 사람.


 가만히 앉아보면 숲에 머무는 사람보다 스쳐 가는 사람들이 많다. 숲으로 깊숙이 들어서는 사람보다 숲을 딛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숲을 들여다보는 사람보다 숲을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조금 더 숲에 머물고, 숲에 깊숙이 들어서고, 숲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쳐 가고 나면 귀하고 아까워질 시간을 조금만 천천히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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