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오전에는 죽음 이후 부활에 관해 이야기하는 성당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오후에는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을 읽으며
죽음 이후 육체의 변화과정에 대해 공부했다.
오전에는 부활과 영혼을 말하고, 오후에는 자연과학을 접한 기묘한 하루였다.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은 장례지도사가
죽음과 시체에 대한 질문들을 과학에 입각해 설명해주는 청소년 도서다.
저자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의 저자 케이틀린 도티인데,
이전 책에서도 보았던 입담을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낸다.
청소년용이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서술되었으나
죽음에 대해 무지한 건 어른도 마찬가지이니 누구나 읽어도 큰 무리 없을 듯하다.
서술은 저자가 강연장 등에서 어린아이들에게서부터 받았던 흥미로운 질문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죽음과 시체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 편견 없이 던지는 질문들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다만 지금 내 텐션이 죽음과 시체를 유쾌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책을
소화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 같다. ㅜㅠ
사후경직과 화장, 시체의 부패 같은 것들을 설명할 때마다 당신이 생각나는 바람에
저자의 유쾌한 서술을 따라가며 함께 웃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장례식장 뒤편으로 사라진 당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갔는지 잠깐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당신이 들어갔던 그 용광로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왜 화장터에서 당신을 한 시간이나 태웠는지,
화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당신을 보냈다면
어떤 방식으로 부패가 일어났을지 등을 막연하게나마 그려보았다.
나 또한 나중에 어떤 방식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가장 가까웠던 존재를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내 안에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간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하루하루를 보낸 벌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막연한 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죽으면 내 무덤을 누가 돌봐주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무연고자의 무덤’이 된 자리에서 내가 흙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이를 받는다고 상상하니 막연하던 외로움이 조금 가셨다.
새로 들어오는 그 손님과 친하게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