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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Jul 22. 2021

새 식구가 생겼다

2021.07.22.

고양이는 총 네 마리였다. 합정에 있는 정치발전소 서점 앞에 형제들과 함께 상자째 버려졌다고 한다. 구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약하던 한 마리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이제 세상에 눈을 뜬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네 마리가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얼른 좋은 주인 만나 입양 가거라' 기도하며 사진을 훔쳐보는 정도였는데, 한 마리가 떠났다는 비보를 들으니 곧 마음이 요동쳤다. 나머지 셋도 그 애처럼 떠나면 어쩌지? 저토록 작은 아이들이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리아가 있는 그곳으로 간다니.


서점 식구들은 고양이 입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같지 않았다. 아직 어리기도 했고,  안되면 본인들이 키우면 된다고 생각해서 여유로웠던  아닌가 싶다.  사정은 알지도 못한  '대체  홍보글이  올라오지... 쟤들 입양  가겠는데?' 하며 혼자 몇날 며칠 전전긍긍했다. 자녀들을 이미  성장한 데다가 새끼 고양이와 온종일 놀아줄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2인 이상 가족 단위 가장 좋은 입양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에 비해 나는 혼자(+고양이1)이고, 하루의 절반은  밖에 나가 생활하는 급여생활자다. 게다가 우리 리아가 떠난  8개월밖에  지났다. 내가 자신의 자리에 금세 새로운 아이를 들이는 모습을 리아가 하늘에서 본다면 얼마나 서운할까. 아무래도 리아한테 미안해서    같았다.


그렇게 하루는 '저 녀석들 가운데 하나쯤은 내가 제 생이 다할 때까지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용기내는 날과, '아무래도 리아에게 미안해서 안 되겠어' 단념하는 날이 번갈아 이어졌다. 어느 쪽이 내가 정말 원하는 바인지 알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하다가 문득 나처럼 혼자 남은 웅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사랑하는 남편과 반려 고양이를 동시에 잃었지만, 웅이도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과 가장 친한 친구를 동시에 상실해 힘들어하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웅이는 겁이 정말 많아서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외에 처음으로 마음을  사람이  남편이었다. 리아와 웅이가 함께한 세월이 자그만치 10년이었다. 10년이면 웅이에게는 거의 평생이다.


그러고 보니 여름만 되면 어떻게든 내게서 멀리 떨어져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매던 녀석이, 아무리 더워도 내 몸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종일 아기 고양이 목소리를 내며 울고, 화장실까지 쫓아 다니는 녀석은 내가 사라질까 봐 불안해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말도 못 하는 녀석이 혼자 얼마나 끙끙 앓고 있을지. 웅이는 내가 없는 동안 집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야 밖에서 다른 사람도 만나고, 힘들면 정신과도 가고, 집에서는 다른 소일거리도 하지만 녀석에게는 나밖에 없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고 나니 주체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서점에 연락해 입양 의사를 밝혔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한 녀석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 새로 온 녀석에게는 '꿍이'라는 이름을 지어 웅이와 돌림자로 만들어주었다. 웅이는 한껏 경계하고 힘들어했지만, 점차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중이다. 녀석도 나이가 있어서 웅이와 리아 만큼의 단짝친구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혼자 외로워하지는 않겠지. 이제 우리 세 식구 서로 보듬으며 잘 살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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