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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Feb 28. 2022

내 장례식에는 <너에게 간다>를 틀어줘

22.02.28.


특별한 이유 없이 낸 연차가 아까워서 뭐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성모병원에서 올해 몫인 건강검진을 받았다. 환희 씨가 치료받던 곳, 마지막을 준비했던 곳, 사흘간 하느님에게 가기를 기다리던 곳. 수십 번 왔던 이곳이 너무 익숙해서 슬펐다. 변한 모습이 많았다면 더 슬펐겠지만.


온 김에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우리 책이 출간되자마자 찾아와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기도 했고 따로 연차를 내서 와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차저차 해서 오늘에야 왔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오늘이 당신이 떠난 지 1년하고도 100일 지났더라. 나름 기념일 맞이 방문이다. 우리 책이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면지에 “밀도 높게 사랑하시길” 한마디를 붙여 증정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여전히 따뜻했다. 우리의 호스피스 병동 생활 첫날이 결혼기념일이었던 것까지 살뜰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분은 “여기서의 50년이 그곳에서는 5분이래요”라는 말을 건네주신 분이다. 오늘은 환희 씨가 기억에 많이 남는 환자라고 해주셨고, 그 말씀에 위로받았다. 당신은 이렇게 어디에서든 사랑받는 사람이다.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이 애정을 선물한다.


언젠가 당신 지인 하나는 2020년에 멀어질수록 당신과 멀어지는  같아 슬프다고 했다.  말에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만날 날이 가까워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후자가 맞았으면 좋겠다. 전자는 너무 슬프잖아.


며칠 전에 내가 찍힌 사진을 봤는데 몇 년 새에 고생했는지 얼굴에 나이가 느껴지더라고. 전 같았으면 조금 속상했을 텐데 그날은 꽤 기뻤다. 이제는 나이 드는 게 무섭지 않다. 살아간다는 건 죽어간다는 의미임을 아니까. 게다가 죽는다는 건 당신에게 간다는 뜻 아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장례식을 주도하는 이는 사흘간 장례식장에 윤종신의 <너에게 간다>를 틀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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