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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Feb 27. 2020

편집자가 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편집자라면, 그리고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독서 취향이 분명할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이 책 너무 좋더라’ 추천해도 자신의 취향에서 벗어나면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를 알기에 “편집자가 되려면(또는 편집자라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에 내가 읽고 도움받은 책은 그저 내 상황과 취향에 맞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해요?’는 질문이 틀렸다. ‘어떻게 읽어야 해요?’라고 물어야 한다. ‘편집자라면 지양해야 하는 독서 태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다.


한번은 “저는 그런 책 안 읽어요”라고 말하는 편집자를 만났다. 독서가라면 독서 이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태도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만하다. 그러나 이 말이 편집자 입에서 나왔다면, “저는 편견 많은 편집자라서요”라고 들릴 뿐이다. 게다가 ‘그런 책’이라는 폄하는 해당 책뿐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독자, ‘그런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간 수많은 애씀에 대한 모욕이다.


세상에 그 많은 책이 쏟아지는 이유는, 각자의 생의 주기와 주어진 여건에 따라 필요한 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편집자라면 취향을 벼려내 주특기 분야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개인의 생의 주기와 여건에 따라 필요한 책을 떠올려보는 상상력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 특히 아직 신입이라면 상상력을 기르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타인의 관심을 드러내는 바로미터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매일 아침, 주요 인터넷 서점 일일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고, 타인의 취향을 상상해본다. 관심이 가는 책들은 기꺼이 읽어보고, 취향에 맞지 않아도 책꼴이라도 한번 살펴본다. ‘이 책은 어째서 이토록 잘나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답이 틀려도 괜찮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내 흥미와 동떨어진 주제여도, 다수가 반응하는 책이라면 가급적 읽어보려 노력한다.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읽으려면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나에게 그 동기는 ‘서평’이었다. 블로그를 개설해 꾸준히 서평을 게시했다. 끝까지 읽지 못했다면 서평을 남기지 않았다. 책이 좋으면 추천 서평을 쓸 생각에 두근거렸고, 읽는 속도가 나지 않으면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읽었는데, 지금 멈추면 서평을 못 쓰잖아’ 싶어 졸면서도 읽었다. 취향을 내세우기보다는 최대한 두서없이 집어 들었다. 그러다보니 독서 취향이 계속 넓어졌다. 취향에 따라 기획의 경계 또한 점차 확장되었다. 그 전 과정이 즐거웠다. 


편집자가 되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에디터십은 책보다는 경험으로 배우는 그 무엇이라 생각한다. 책은 무작정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읽은 책의 서평을 남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짧아도 상관없다.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글을 쓰면서 어느새 머릿속에 가지런히 잡히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서평을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평은 글쓰기 실력도 향상시킨다. 이는 편집자 업무 역량과도 연결된다. 서평을 염두하고 독서하다 보면, 책 곳곳에 저자가 흩뿌려놓은 몇 가지 주제가 굴비 엮듯이 엮어 올라오는 게 눈에 보인다. 그 소재들을 잘 버무려 나열하기만 해도 그럴듯한 서평이 탄생한다. 이는 보도자료 작성 과정과도 비슷하다. 실제로 나는 신입 때 보도자료 쓰는 게 제일 곤혹스러웠는데, 지금은 보도자료 작성이 업무 전 과정 가운데 가장 수월하다. 


무엇보다 독서는 재미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내 경우에는 삶의 모토가 ‘어제보다 나은 나’다. 어제보다 책속 글 몇 줄 더 읽었고, 외국어 단어 몇 개 더 외웠고, 아령 몇 번 더 들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즐거운 독서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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