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증거는 될 수 없겠지만

고양이 질병을 기록하는 의미

by 아나스타시아


병원으로부터 리아에게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제일 처음 했던 일은 ‘인터넷 검색’이었다. 처음에 병원은 염증성 장 질환인 IBD로 의심했는데, 그때 구글 창에 IBD 증상, 완치, 투병기, 음식, 사료 등 관련 검색어를 수없이 입력해보았다. 수많은 키워드는 꾸준히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었고, 아주 가끔은 희망으로 데려다주기도 했다. 그 많은 절망 속에 찾은 희망은 리아처럼 투병 중인 고양이의 사례였다. 대부분 완치한 반려인들이 남긴 글들이었고, 완치를 바라며 쓴 것들도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며 ‘리아도 어쩌면’이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키워보기도 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낯선 이들의 블로그 기록이 리아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나도 리아도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었다. 당시 활동하던 블로그에 ‘고양이 IBD 완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완치기’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리아가 반드시 나으리라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리아 병이 IBD가 아니라 완치 불가능한 암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그 연재 글은 금세 멈추었지만.



최근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활동 영역을 변경하면서 해당 글은 내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럼에도 종종 블로그 알림이 울렸다. 대부분 비밀 댓글이었다. “저희 집 고양이가 비슷한 증상이 있어 여쭈어봅니다. 리아는 지금 어떤가요?” 그때마다 무슨 댓글을 달아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들이 바라는 대답을 나는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못 지내요. 비만세포종 판정을 받았거든요...”


브런치에 올린 리아 병상 일지는 한 편당 조회 수가 1~2만 대를 유지하더니, 최근 글은 하루 조회 수 3만을 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인이 진지하게 출판사에 투고해보라는 조언을 주었다. 그의 진지함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 쓰는 이 글들이 어떤 의미를 남길지 알 수 없어서다. 조만간 떠날 리아를 기억하기 위해 쓴 글들이 한 편 두 편 모이는 중이고,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이 글이 어떤 가치를 내놓을 수 있을까. 리아는 결국 희망의 증거가 아님이 드러나는 중인데. 사람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은 없을 텐데.


심리치료학자 메리 파이퍼는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에서 “한 사람이 지닌 대의명분은 세월과 함께 변하기도 하고 그대로 유지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바깥세상의 우여곡절은 선한 노력을 기울이는 데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개인의 경험을 쓴 글이 미약하게나마 세상을 선한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인데, 이는 곧 내 세계가 좀더 나은 쪽으로 향하기를 바란다면 그게 무엇이든 써야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아가 얼마나 더 살아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지 못했으니 조만간 재발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발견했던 인터넷 속 수많은 절망 가운데 한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써야 하는가. 이 기록이 의미가 있는가.


물론 리아의 사례가 다른 반려인 반려동물에게 희망을 줄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함께 투병 중인 이들에게 공감과 연대는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아프지 않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오늘을 소중히 여기게끔 하는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지도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계속 우리의 오늘과 리아의 질병에 관해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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