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가족의 마음가짐

by 아나스타시아

암환자 가족에게 가장 두려운 지점은

내 선택이 최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인 것 같다.

암환자 가족을 만나 대화해본 적이 거의 없어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마음속 가장 큰 두려움은 그것이었다.


불행이 연이어 일어난 순간 나는 무력했다.

네 식구 가운데 둘이 암에 걸려 수술과 입원을 반복할 때,

남은 사람으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저 텅 빈 눈으로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남은 고양이 하나를 껴안고 꾸준히 울었다.


그들이 돌아오고서도 내 무력함은 지속되었다.

화장실 앞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반려인을 발견했을 때,

거실을 배회하고 침을 흘리며 도와달라고 우는 고양이를 마주했을 때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하지”라는 중얼거림과 허둥대는 일밖에 없었다.

내가 침착해야 하는데,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매일 주문을 외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며칠 전, 담당 저자인 김민식 피디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수다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인생상담으로 끝을 맺었다.

내가 그에게 불행일까 두렵다는 말에 선생은 한말씀하셨다.


“내가 편집자 분들 특성을 잘 아는데,

대부분의 편집자는 결혼보다는 혼자 사는 게 더 맞는 타입이더라고.

두 분도 그렇지 않아요? 서로 안 만났으면 혼자 살았을 것 같지 않아요?

근데 둘이 만났잖아요. 지금 같이 있잖아요.

힘든 순간에 같이 있는 행운을 얻었으니 그걸로 된 거예요.”


인생이 그렇더라고. 무슨 일이든 우리에게 상처는 남긴다고,

아무것도 없던 일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고,

그저 묵묵히 상처를 들여다보고 잘 견뎌내라는 조언이었다.

본인은 가장 힘들 때 책을 읽고 글을 썼다며

글을 남겨보라는 조언도 주셨다.


글로 상처를 남기는 일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넷이 함께하는 이 행복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은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감정을 표현할 능력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