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들어앉은 감옥

by 아나스타시아

알 수 없는 이유로 반려인이 길에서 쓰러지고

하루에만 응급실에 두 번이나 실려 갔다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원인 모를 통증이 생긴 그의 몸은

바람만 맞아도, 샤워기 물만 갖다 대도, 옷만 스쳐도

신음 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머리에 깨진 상처 때문에 항생제를,

통증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먹는 그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퉁퉁 부어 있다.


그 때문에 한껏 예민해진 나는

나 없이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재택근무로 인해 열심히 타자기 치며 일하는 내 근처에 앉아

숨죽이고 만화영화 보고 있는 그를 보니

내가 그를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두어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또 정신을 잃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라며 나를 합리화시켰다.


아침에는 머리 상처 소독 때문에 병원에 갔다.

대기하던 와중에 그는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고,

한창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훑던 나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의사가 부르는 시점이 다가왔는데도 반려인은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고, 병원 로비 어디에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서 대학병원 로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또 어디서 쓰러진 건 아닐까,

화장실 안에서 쓰러졌으면 문은 어떻게 열지.


남자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 씨!” 소리 지르고 여기저기 두들겼다.

볼일 보던 아저씨가 놀라 지르는 “뭐예요?” 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갔던 화장실을 또 가보고, 건너편 화장실까지 다 둘러보았지만 그는 없었다.

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나를 원망하고

더는 못 찾겠다 싶어 보안요원에게

사람 찾는 긴급 방송을 부탁하려는 찰나에

그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디야!” 소리 지르니 ‘나 지금 치료실이야’라고 대답하는 그.

화장실 갔다 온 건데 왜 난리냐는 표정.


그러게, 나는 왜 그 난리를 쳤을까.

그를 안전한 감옥에 가두어놓고서는

나도 그 안에 들어앉아버린 건 아닐까.

일상을 빼앗긴 나날은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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