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안 떨려요?

떨림을 즐기는 방법

by 다시봄

“무대에 서는 게 무섭다.”


라고 말하면 나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는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말이 많진 않지만 분위기를 이끄는 편인 내가 무대를 무서워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단다. 하지만 난 무대에 서는 게 두렵다. 내게 집중된 시선을 느끼는 순간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면 주눅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말은 버벅대고 목소리는 울먹임이 되어 결국 발표(?)를 포기하게 된다.


무대공포증의 원인을 모르고 있다가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첫 피아노 콩쿠르에서 시작점을 찾지 못하는 실수를 했던 열한 살의 나. 그때부터 무대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았다.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은 공간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가 부럽고 멋있는 이유다.





가수 정승환의 공연을 보고 왔다.


그의 팬이 된 지 벌써 7년이다. 음원보다 라이브가 좋은 가수로 정평이 나면서 공연형 가수가 된 그가 코로나로 인해 2년 간 단독 콘서트를 하지 못했다. 콘서트뿐만 아니라 각종 페스티벌과 행사도 모조리 취소되었다. 지난 10월만 해도 지겹게 보자던 약속을 하나도 못 지켰다. 그의 팬이 되고 1년에 평균 서너 번씩 공연에 가던 나도 할 일이 없어지고, 그를 보지 못해 애태우던 터였다.


무대 위의 그는 여전히 재밌고 귀엽고 노래를 잘했다.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만큼 여유 넘치게 무대를 장악하는 그를 보며 어떤 팬이 물어본 적이 있다.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해요?”

“저도 떨려요. 마이크 잡은 손 떠는 거 못 봤어요?”


팬들은 겸손하기까지 하다며 그를 더 좋아했다. 그의 말을 믿지 않은 거다. 얼마 후 단독 콘서트가 있었고 기획사에서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의 그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로 가자마자 풀썩 주저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질문이 바뀌었다.


“무대에서 떨린데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해요?”


“떨리는 걸 즐기려고 노력해요. 실수할까, 잘 해내지 못할까 두려워서 떤다고 생각 안 하고 설레어서 떠는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 떨림이 즐거워요!”



한 가수의 콘서트를 여러 번 가다 보면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게 된다. 하지만 유독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릴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나만의 클라이맥스가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들 같은 노래를 클라이맥스로 꼽는다.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사로잡히나 보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이다. 여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노래가, 목소리가 좋아서 그의 팬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맘에 드는 건 그가 음악과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얼마 전 박준 시인과의 시토크에서는 기다림에 대한 그의 철학을 보여줬다.


“마음에 드는 작업물이, 그게 영감이든 결과든 떠오르지 않을 때, 승환씨는 기다림을 어떻게 견뎌요? 기다림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닐텐데.”


“제가 기다림을 견디는 방법은 기다리는 일인 것 같아요. 기다리는 것 자체가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 계속 움직이는 것이겠죠.”


그의 말처럼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기다린 보람이 있는 공연이었다.


가수 정승환 뿐 아니라 사람 정승환이 좋아서 평생 팬으로 예약했다!




사진 / 정승환 공식 인스타 meet_the_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