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평생 다 알지 못할 미스터리한 감정 중 하나가 ‘사랑’이다.
대학에 가면서 헤어졌던 첫사랑과 재회한 건 2년 후 그가 데려간 다단계 사업장에서다.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끝났는지 짐작만으로도 상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재회와 이별이 궁금하시면 칼로 오렌지주스를 벨 수 있다면을 읽어보세요ㅠ)
그때 그는 나를 좋아한 적 없다고, 사귄 적도 없다고 말했다.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결국 그 말 한마디로 다 정리되었다. 절망과 원망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진심을 알게 되고 마음을 접고 열심히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처음’ 사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도 그와 비교가 되었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는 내게 워너비였고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똑똑하고 재밌고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 글씨도 예뻤고 글도 잘 썼다. 무엇보다 압권은 노래를 프로급으로 잘했다. 고등학교 때 한 명씩은 꼭 있다는 그 학교의 가수였다. 스틸하트의 <She's Gone>을 어렵지 않게 소화하는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보기 드문 인재다. 게다가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나에게만 친절한 남자였고 무뚝뚝한 거 같으면서도 츤데레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사랑이라는 설렘과 달콤함을 씁쓸함으로 마무리한 그가 생일만 되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SNS에서 나를 찾아내 친구 맺기를 한 이후로 계속!
몇몇 헤어진 연인이 친구로 지내자고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물론 우린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특별했던’ 친구가 ‘그냥’ 친구가 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첫사랑과도 마찬가지다. 우린 동갑내기 친구였고 연인이었다.(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친구로 지내자고 말한 건 아니지만 그가 생일마다 메시지를 보내는 건 ‘연인은 될 수 없지만 친구는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다.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르는 메시지에 매번 야릇한 마음이 생기는 건. 차라리 전화를 하거나 만나자고 했으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그것도 특별한 날인 생일에 보내는 축하 메시지라니...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의 가르침을 잘 따르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사랑인지, 상처를 받아도 그의 곁에 있는 게 사랑인지,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사랑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좋은 게 사랑인지...
그는 오늘도 메시지를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