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행복을 연구하고 발굴하기로 한 이상
나부터 행복해야겠다고, 나부터 행복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 지. 만.
나의 행복 전파 작업은 그것과 무관하게 행동하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가끔 주춤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문을 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다고,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을 전할 수 있다고.
며칠 전 생전 처음으로 대놓고 ‘욕’을 먹는 사건이 있었다.
매일 있는 출근길이었고, 매일 있는 끼어들기였는데 뒤에 선 차주에게 아침부터 배 터지게 욕을 먹은 것이다.
신호 대기 줄이 만들어지는 와중에 여느 때처럼 끼어들기로 앞차와 뒤차 사이에 끼인 나는 끼어들 때부터 무섭게 클락션을 누르는 뒤차가 신경 쓰였다. 끼어들겠다는 좌측 깜빡이도 켰고 끼어들고 나서 비상등으로 ‘미안하고 고맙다’라고 인사까지 했는데도 뒤차의 성난 클락션 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곧 잠잠해지겠지 하고 있는데 누가 차문을 두드렸다.
엄마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70대 할머니가 눈을 부라리며 창문이 내려가는 시간도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차마 여기에 그 욕을 다 쓸 수 없어 간단히 요약하면
“아침부터 재수 없게, 깜빡이도 안 켜고, 어디서 운전을 배웠길래, 운전을 이따위로 하냐? 내려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해야지. 이 미친 X야! “
뒤차에게 내 끼어듦이 놀람과 괘씸함을 줬을 수는 있지만 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끼어들었고, 깜빡이도 켰다. 비상등으로 인사도 오래 했다.
그런데도 그녀의 성난 마음을 잠재울 순 없었던 모양이다.
진짜 내려서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사죄라고 해야 하나? 차 안에서 미안하다고만 말하는 내가 싸가지 없는 괴팍한 운전자로만 보였나?
변명하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아 일방적으로 욕만 먹고 있는 사이 미친 X로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떠난 차주의 화난 얼굴과 거친 말이 운전 내내 떠올랐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욕설에 심장이 뛰었지만, 나의 평범한 끼어듬이 그녀에겐 엄청난 부담과 화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한편 미안하기도 했다.
마구잡이로 끼어들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를 보고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나도 욕한 적이 있으니까. 물론 차 안에서만 공허히 울려 퍼지긴 했지만.
회사에 가서 동료들에게 출근길에 겪은 일을 얘기했다.
얘기하는 동안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했지만 웃으며 해프닝을 풀어놨다. 웃고는 있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나를 보고 과장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 참으셨어요. 대리님이 차 문 열고 나와서 똑같이 대응했으면 싸움만 나죠. 잘하셨어요.”
그래. 잘 참았으면 됐다. 화를 낸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면 됐다. 그걸로 됐다.
이런 일로 마음을 갉아먹고 행복을 방해할 수는 없다. 잘 이겨내고 잘 마무리했으니 됐다.
그 아침 구름은 또 얼마나 예뻤는데…
스크래치난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책을 꺼내 읽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 <나를 키우는 말>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시를 읽으며 새삼 내 속의 찌꺼기를 비워내게 된다.
행복하고 고맙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좋은 말을 해야지.
거칠게 사람을 밀어내는 말은 미뤄두고 행복한 말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야지.
불안하고 어두운 날이 아니라 밝고 맑고 기쁘고 행복한 날이라고 좋은 말로 나를 키워야지.
그리고 그런 말만 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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