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기다리면 올 거라고 믿었던 행복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가끔 맛보기처럼 슬쩍 왔다 가고는 감감무소식이다.
묵묵히 기다리면 밀물처럼 한 번에 밀려올까?
아니면
행복을 누릴 자격증이라도 필요한 걸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던 10년 전.
소설을 쓰는 게 목적이었지만 소설을 읽기만 하며 2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약속한 2년이 다 돼 갈 무렵에 평생 잊지 못할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같은 책을 한 번만 읽지 않고 네다섯 번씩 반복해서 읽던 나는 어느 날은 머리가 텅 빈 채 텍스트만 읽었고, 어느 날은 한 문장에 꽂혀 그 문장에 대해 깊이 사색을 하고, 어느 날은 한 단락도 읽지 못해 쩔쩔맸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되는 동안 읽은 어마어마한 책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한 줄도 쓰지 못하면서 책만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나잇값을 못하고 혼자 독수공방 하고 있는 노처녀의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책 속에 비겁하게 숨기만 하는 작가지망생이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소설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던 어느 날.
분명 책을 읽고 있고 소설 속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머리 위로 말풍선 하나가 만들어지더니 풍선 안에 큰 글씨로 ‘행복’이라는 단어가 채워졌다. 그리고는 책을 덮을 때까지 모든 단어,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내 몸과 정신이 따로 분리된 것 같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뜨겁게 새겨져 떠날 줄을 몰랐다.
이게 뭐지? 이 많은 책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이거였나? 행복?
사람들은 행복하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건가?
다른 데서 행복을 찾느라고 눈앞의 행복을 보지 못하는 건가?
책에 콕 박혀 사는 나는?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건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도 ‘행복’이 매달려 있었다.
행복을 원하는 주인공의 외침이 들렸다.
남편을 배신하고 아이를 버리고 사람을 죽이는 모든 행위들 이면에 행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 행복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행복하기를 간절히 염원했던 것이다.
그들의 사정을 알고 보니, 기다리거나 갈취하거나 벗어나면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지금 당장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걸 모르는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아서 마음이 쓰였다.
삶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삶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그 진실을 알게 된 나는 책 읽기를 그만두고 세상으로 나갔다.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행복을 주시했다.
그들이 허공뿐인 내일이 아닌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알아보길 간절히 바랐다.
나의 바람이 그들에게 현실이 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나도 그랬듯 그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엔 알게 될 진실에 눈을 뜨는 날이 있을 것이다.
행복에 자격증은 없다.
아니다.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지금 당장 행복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다면!
*프리드리히 니체, <위버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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