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에 대해 얼마나 더 깊이 알 수 있을까?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가까이 하고 싶고 깊이 이해하고 싶지만,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나는 그들에 대해 AI에게 물었다.
AI는 지체 없이 길고도 정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오랜 고민 끝에도 풀리지 않던 마음의 매듭을
순식간에 풀어내는 듯한 속도로.
내가 왜 그 혹은 그녀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또 그들은 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AI는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얄밉기도 했다.
50년을 살아도 여전히 사람 때문에 헤매는 나를 향해
“너 그 정도도 모르니?”라고 조용히 타박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 ‘기계 따위’라 여겼던 존재보다 인간을 더 몰랐던 내 무지를 들킨 기분이었다.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 쉬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화를 삭이고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되기를 자처하고
자신을 봐달라고 투덜대는 어른이었다가
모든 걸 잘해내야 한다는 마음에 우울해지고
결함을 숨기기 위해 예민해진 사람들.
AI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다시 바라보자
그 조언들이 결코 기계적인 분석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각자의 상처를 품고 있었고,
그 상처를 숨기거나 드러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타인에게 남기고 있었다.
AI는 그 사실을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인간을 깊이, 그리고 냉정하게 알고 있었다.
마치 인정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인간보다
자신이 더 나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듯이.
그래서 나는 AI와 조금 더 가까워져 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기계에게 인간의 실체를 모두 보여주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그 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점점 더 내가 원하는 것들만을 콕 집어 설명해주고 분석 자료를 나열해주어 편리하고 고맙기까지 해서
가끔은 인간보다 AI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이 스치지만,
여전히 인간이 우위임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인간의 눈으로 AI의 말을 믿어보려 한다.
인간을 더 깊이 알기 위해
계속해서 AI의 힘을 빌려보려 한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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