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살았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함이 과연 평범할 수 있을까.
주는 이는 아무렇지 않게 내민 손길일지라도, 받는 이에게는 삶을 다시 붙잡게 하는 특별함이 된다.
아마 위로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문득 미래가 걱정되고, 지금의 삶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룬 것 하나 없이 같은 날들을 반복하는 게 지겹고, 이렇게 살다 보면 나이만 늘어갈 것 같은 불안에 잠을 설치는 밤도 온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삶은 작아 보이고 자신감은 조금씩 빠져나갔다.
누가 봐도 평범한 아줌마일 뿐인 내가 앞으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 막막함이 두려웠다.
50명 남짓한 작은 회사에서 ‘대리’ 직함을 달았지만 나이는 사장 다음으로 많다.
언제 해고돼도 이상하지 않을 고령의 직원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 한구석을 잡아당겼다.
혼자 사는 딸이 안쓰러운 부모님도, 20년 가까이 작가지망생이라는 이름을 떼지 못한 나도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의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찾지 않는 순간이 오면, 조용히 사라지면 되는 걸까.’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는데도 나는 스스로를 뒷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날,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네를 타던 꼬마가 아까부터 나를 힐끔힐끔 보더니, 어느 순간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걸어왔다.
설마 나에게 오는 줄은 몰라 그저 아이의 발걸음만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내 앞에 멈춰 서더니 통통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사탕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드실래요?”
“나 주는 거야? 왜?”
“주고 싶어서요.”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의 말투가 어른스러워 웃음이 났다.
“내가 그래?”
“네. 많이요.”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내 신세가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표정을 읽은 아이는 엉뚱하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말을 했다.
“어? 뭐가?”
“엄마가 그랬어요.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다 지나간대요. 그러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말문이 막혔다.
아이 앞에서 울 수는 없는데, 목구멍이 자꾸만 뜨거워졌다.
사탕을 받아 들고 아이 머리를 쓰다듬은 뒤 얼른 몸을 돌렸지만 집으로 향하는 길에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집에 돌아와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그 달콤함이, 아이의 단단한 위로 한마디가, 오래 닫아두었던 마음 어딘가를 가만히 열어주었다.
아이의 말이 뭐라고, 작은 사탕 하나가 뭐라고.
그 순간만큼은 보잘것없는 나도 이만큼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몸으로 회사에 다니고, 따뜻한 집에서 지내며,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이 삶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그날 아이에게 끝내 하지 못한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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