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살았습니다
나는 매일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새벽, 몸을 일으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이사 올 때 전 주인에게서 받은 침대 프레임은 생각보다 높아, 그 위에 걸터앉아 목과 어깨, 허리를 풀기에 딱 좋다.
짧은 스트레칭 사이로, 예의 바르고 잘생겼던 그 청년이 문득 떠오른다.
정수기에서 미온수 500ml를 받아 올리브오일 캡슐 세 개를 삼킨다.
이 정수기를 처음 설치하던 날, 기사는 수압이 낮아 설치가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미안하다고 했다.
일요일이라 관리사무소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새 집에서 정수 물 없이 일주일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불만보다 ‘기사의 미안함’이 더 고마웠다.
지금도 2년째 그 정수기로 매일 아침 건강을 챙기고 있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 테이블 위의 초에 불을 켠다.
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불꽃은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조용히 좌우로만 흔들린다.
그 잔잔한 빛을 바라보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천천히 거실을 둘러본다.
엄마가 예쁜 꽃을 볼 때마다 사주신 고무나무, 동백나무, 난초 화분들.
친구가 선물해준 전신 거울.
티켓도 없었으면서 나를 위해 작은언니가 구해 준 단 열 장뿐인 임윤찬 공연 포스터 액자.
나를 둘러싸고 감싸고 있는 많은 고마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또 한 번 감사한 것들을 떠올린다.
이렇게 편안하게 씻고, 글에 대한 영감과 묵은 감정을 함께 씻어내며 출근할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얼마나 큰 복인지.
작년에 이사 온 집에서 별일 없이 지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 또한 감사하다.
집의 전 주인은 이 집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며 그 복이 나에게도 이어질 거라고 했다.
앞동에 사는 둘째 외숙모는 이 집이 ‘돈이 들어오는 집’이라며 잘 샀다고 말해주었다.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고, 낮에는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며, 밤이면 달과 별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집.
전세로 살며 2년마다 재계약을 걱정하던 작은 집을 떠나, 비록 은행 대출이 있지만 이제는 내 집이라 불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감사하다.
매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릴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덕분에, 살았습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덕분에, 살았습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