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도 긁어먹는 일

by 무아

출가 후, 수계 받기 전의 기간인 행자생활을 담은 책을 보면 늘 쌀과 참기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지스님이 참기름병에 선을 그어두고 출타 후 돌아오셔서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한다거나, 공양간 소임을 맡은 행자가 설거지하거나 쌀을 씻을 때 밥한 톨이 흘러가면 채수구멍에서 주워 먹으라고 했다는 등의 이야기. 뭘 이렇게 가혹하나 싶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청빈한 삶이 보이고 거기 숨은 가르침이 보인다. 국산 참깨로 짠 참기름은 비싼 건 물론, 값어치를 넘어 ‘참기름‘의 과정을 잊지 말라는 스님들의 뜻이 아니었을까.


공양시간이 되면, 항상 다 같이 공양게송을 소리 내어 읽는다. 처음온 신도들도 밥숟가락을 들었다가 다 같이 읽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숟가락을 두고 따라 읽는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도업으로 알아 이 공양을 받습니다. 나무 반야바라밀’

음식이 오는 길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있고 노동이 담겨있다. 그걸 잊고 살았다. 절에서 밭에 심은 농작물을 야생동물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거기서 살아남은 농작물을 수확하고, 잡초를 뽑으면서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흙을 만지면, 노동이 더 신성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끔 이런 일을 잊어먹고 산다.


공양게송을 한 뒤 밥을 먹으면, 밥 한 톨도 깨 하나도 박박 긁어먹는다. 오랜만에 절에 오는 법우들은, 수박 속살이 빨갛게 남아있는데 그대로 버리고, 밥알을 덕지덕지 묻은 밥그릇을 그대로 설거지통에 담근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안 긁어먹으면 법사님이 내 그릇의 밥풀을 떼어드신다. 법사님 눈에 띄기 전에 얼른 내가 다 긁어먹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 법우들에게 긁어먹으란 소릴 하면 잔소리한다고 불평이다. 그러다, 법사님의 행동을 보면 조용히 싹싹 비운다.


우리는 누군가의 손길을 잊고 산다. 절에선 '전생처럼' 잊고 있던 일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