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에 찔렸을 뿐

by 무아

가을은 밤수확에서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굴러 떨어진 밤 줍기'.

장갑을 끼고, 양발로 밤껍질을 벌려 밤알만 쏙 뺀다. 그럼에도 가끔씩 밤가시가 손가락에 박힌다.

동글동글해서 순진한 얼굴을 한듯한 밤을 감싼 가시는 생각보다 매섭다. 스탠드 조명으로 봐야 겨우 점처럼 박힌 가시가 보인다. 신용카드로 밀어내고, 족집개로 뽑아내도 절대 안 나오거나 남아 있을 때가 있다.


"법사님, 족집개로 살을 다 파도 가시가 안 나와요. 벌써 일주일째예요."

그 어떤 상처보다, 이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이 가시가 신경 쓰이고 따끔거린다.

"그럼 염증이 나고 곪아서 딱지 박힐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때도 남아있으면 수술실 가서 수술해야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신 법사님 말씀에, 오히려 관심을 내려두게 된다.

일주일째 내내 걸린 이 가시가 마음에서 내려놓으니, 어느새 딱지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내 마음을 콕콕 지르던 고민들도, 사실 밤가시처럼 신경 쓸수록 더 따끔거릴 뿐,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어느 날은 사는 게 지옥 같고 어느 날은 극락을 다녀온 것 같아'라고 말한 친구가, 오랜만에 절에 다시 찾아왔다. 3박 4일 간 절밥을 먹고 실컷 가을을 누리다 걱정이 없었던 사람처럼 말간 얼굴로 돌아갔다. 밤가시를 빼는 건 족집게가 아니라, '무신경' 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