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부모은중경’을 바탕으로 한 영화 <대가족>을 절식구들과 함께 보러 갔다. 지금 있는 절에서 영화를 보러 가려면,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가야 한다. 천만영화거나 공부가 될법한, 다 같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는 다같이 단체관람하러 간다.
영화 <대가족>은 노포맛집인 만두집을 운영하는 종갓집의 무옥(김윤석)과 그의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출가 후, 갑자기 문석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나타나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영화지만 웃다가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영화는 주지스님이 된 문석이 <부모은중경>을 법문 하면서 시작한다. 문석이 출가한 이유, 문석이 매번 제사를 참여하는 조건으로 출가를 허락한 아버지 무옥의 마음, 문석이 과거에 했던 정자기증으로 태어났다고 추정되는 아이들을 마주한 문석과 무옥의 시선들을 다채롭게 다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영화를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지만, 절에서 살고 있는 나에겐 너무나 개인적인 영화였다. 3000배 100일을 기도하면서 절하면서 마주한 나, 내 무의식에서 올라온 알아채지 못한 부모님에 대한 감정, 우리 집안 여성들의 삶을 떠올리며 돌아본 우리 가족 역사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100일 기도가 끝나기 일주일 전 법사님께서 주신 화두가 영화에도 나왔다.
‘어머니로부터 오기 전에 넌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 봐라’.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이란 화두다. 그 화두를 계속 들고 살면서 ‘내가 이곳에 왜 서있지?’ 하며 잠에서 문득문득 깨어있는 기분이 든다. 너무나 맑고 깨끗한 잠.
영화의 초반부에 문석의 스승이신 은사스님과 시봉(주지스님을 시중드는 스님) 스님이 출가한 각각의 이유가 나온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나 스토리라인에 엄청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시봉 스님은 과거 형사였으나, 범인을 잡고 돌아가는 길에 강가를 들리게 된다. 범인이 갑자기 볼일을 보고 싶다 하여 대변을 보고 감추기 위해 돌탑을 그 위에 쌓았다. 몇 년 후 우연히 그 강가를 다시 오니 똥탑을 시작으로 온 강가에 돌탑이 쌓여있었다. 보잘것없는 하나의 일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누군가에겐 발원과 희망이 담겼을 탑.
또, 문석의 은사 스님(이순재)께선 천문학을 전공했으나 어느 날 쏟아지는 별을 보고 우주가 너무 위대하고 거대한데 나란 존재가 한낱 미물이라 느껴져 하늘을 쳐다보기 무서웠다고 한다. 그 길로 출가하여 몇 년간의 수행 후에 그제야 하늘을 쳐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두 계기의 공통점은 ‘자아’라고 생각한다. 무심결에 한 나의 행동은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되어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광활한 우주에 티끌 같은 나는 존재하는 것조차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절에 살면서, 풀을 뽑고 새벽공기 속에서 달과 별을 만나고 새소리를 들으며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 존재들이 너무 위대하다고 느껴져서. 또 화두를 들다 그동안 내가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본 느낌이라 그 존재들이 더 숭고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법사님께서 “이 영화는 ‘일체중생이 한 가족이다’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알런지 몰라”라고 하셨다. 하루하루 절 식구들과 함께 같이 밥 먹고 일하고 예불 잘 지내는 삶이 당연해졌다. 매 순간만을 사는 수행을 함께할 새로운 가족이 어느새 나에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