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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tman May 07. 2020

순례자의 시작과 끝 Prologue

45일, 매일매일 버리며 걷기

Prologue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은 아니다. 순례길을 떠나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더 휼륭한 글이나 자료들이 많다.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만 참고해도 여정을 떠나기 위한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 글은 지극히 내가 경험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비슷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경험을 복제하며 살지 않는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똑같은 직업을 가져도 우리 모두는 ‘다르게’ 살아간다. 다만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내가 그것을 행했을 때의 생각이나 감정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내가 그 곳을 여행한다면, 그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는 것, 타인 경험의 효용가치는 거기까지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번 가볼까, 당장은 아니어도 살다가 한번쯤 가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 불씨가 되어 언젠가 상황 – 돈이든 시간이든, 아니면 또다른 여건이든- 이 허락되면 길을 나설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 불씨가 언제 활활 타오를지는 모르지만, 선택의 순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선택지를 앞에 두고 행동없는 고민만 하거나, 그런 선택의 기회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채 지나쳐버리게 된다. 


내가 무언가를 원할 때, 그 일을 하지 못할 수만가지 이유가 있을 때, 한번쯤 온전히 나만을 생각할 수 있기를 모두가 갈망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자신이 만들지 않으면 결코 누군가가 부여해 주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배낭을 들쳐메고 그 기나긴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40여일의 여정, 그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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