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반, 여지없이 알람이 울린다.
미적대지 않고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 양치를 한다.
거울 속 잠이 덜 깬 얼굴.
거실로 나와 뻑뻑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 후 두툼하고 세로로 긴 절방석을 바닥에 펼친다.
방석 위로 세 번의 절을 하며 아침 수행을 시작한다.
부처님께 귀의하겠다고 한번, 부처님 법에 귀의하겠다고 또 한 번,
승가에 귀의하여 나 역시 이 땅의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살이 되겠다고 세 번째 절을 한다.
방석 위에 앉아 수행문을 나지막이 읊조리고,
108배를 시작한다.
108배가 끝나면 명상을 하고 경전을 읽고 수행일지를 쓴다.
그렇게 수행 한 지 오늘로 980일이 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40대 중반의 내 인생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넘어지고 다쳤던 일들, 가라앉고 부서졌던 마음.
괜찮음과 좋지 않음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계속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이런저런 공부를 했다.
나와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시 일이 몰아치면,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그 좋은 이야기들은 얻은 바 없다는 듯이 금세 잊어버렸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수시로 불행한 이유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내가 아는 것을 몸으로 겪어내야만 나를 바꿀 수 있을 터였다.
큰 깨달음을 얻어 해탈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보다 많이 편해졌고 현재에 더 머무르게 되었다. 나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명상지도자 과정도 수료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애쓰는 삶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구한다*는 이야기에 기대어 이 과정을 혼자만의 이야기로 두지 않고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이 글은
평범한 사람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하루 몸으로 살아낸 수행의 기록이다.
[매주 수요일, 업로드됩니다.]
* 황정은,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