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을 향해 가는 '미생'들
- 드라마 <미생>을 보고
요즘 다시 <미생>을 보고 있다.
지금은 꽤 시간이 흐른 드라마지만,
이상하게도 인생의 한 지점마다 자꾸 생각나고, 꺼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땐 장그래에게 이입했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던 시절.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오상식 차장님 같은 사람이 내 옆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한참 일에 치일 때는 김대리가
너무 내 모습 같아서 울컥했다.
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세 인물에게
모두 이입이 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나이가 들고, 일이 쌓일수록 <미생>은
같은 이야기인데도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이 드라마는 한 번 보면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
살면서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보게 되는
드라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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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회사 생활'을 고증한 디테일이 정말 놀랍다.
종이서류 넘기는 소리,
키보드 타이핑 소리,
사무실 전화벨,
직장인들 특유의 복장과
사람마다 다른 책상 위의 풍경들..
그런 소리와 장면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안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상하게… 일을 하고 싶어진다.
이건 진짜다!
게다가 이 드라마 속 사람들은
단순히 '회사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도와준다.
그리고 서로에게 자극을 느끼며 성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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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는 오차장님을 통해 세상의 벽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오차장님은 장그래를 통해, 자신이 묻어둔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간다.
장백기는 장그래를 보며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되돌아보게 되고, 변화한다.
조금은 더 사람을 생각하는 동료로.
이렇게 모두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누구 하나만 일방적으로 구원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은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는 이야기.
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가 직장에서, 혹은 세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어쩌면 그런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크고 멋진 한 마디가 아니라,
따뜻한 눈빛 하나, 사소한 배려 하나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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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심엔 장그래의 나레이션이 있다.
짧지만 묵직한 말들.
그건 대사가 아니라 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당신도 알고 있죠? 우리 모두 미생이라는 걸."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말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위로고,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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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그냥 직장 드라마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도 완생이 아닌 미생으로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아주 희미하지만 따뜻한 희망.
그게 내가 <미생>을 다시 꺼내보는 이유다.
제목 미생
감독 김원석
출연 임시완, 이성민, 김대명,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 외
방영 201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