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박살났다

제작자의 의도를 거스를 용기

by 안승환

사진 작가님들을 따라 갤러리에 따라갔다. 가수 김창완의 작품 전시와 콘서트가 진행되는 곳이랬다. 우와... 살면서 이런 곳을 다 와보네. 갤러리 담당자 안내에 따라 가방, 외투를 한쪽 방에 놓고 콘서트 시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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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는 카메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인가 보다. 기업가는 명함으로 자신을 알리고, 포토그래퍼는 사진으로 자신을 알린다. 모두 카메라를 갖고 왔다. 나 역시 작고 소중한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주머니에 갖고 다닌다.

다른 포토그래퍼들의 카메라는 고급 성능을 받쳐줄 소재로 제작된 바디와 렌즈라서 무겁다. 반면 내 카메라는 별다른 기능없는 플라스틱 재질의 한 번 쓰고 버릴 카메라다.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내게 카메라는 단순한 기억 저장 메모리 장치에 불과하다. 결국 파일럿의 기량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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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었는데, 김창완 선생님은 무슨 의도로 그림을 그렸는지(의도없이 그냥 그린 그림도 있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세팅된 마이크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실내에는 3~40석 정도 되는 의자가 비치돼 있었는데,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정신없이 휴대폰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의 허점을 활용했다.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필름을 한 장, 한 장 소모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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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왜 '일회용'인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27장의 모든 필름에 사진을 저장하고 분해하려고 했더니 난관에 부딪혔다. 이음새를 조립하여 본체를 고정하는 것은 알겠는데, 전부 소진한 필름을 꺼내기 위해 어디를 먼저 건드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분해 경험이 있다는 작가님에게 부탁했지만, 칼 같은 날카로운 것이 있어야 안전하게 분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급한 건 아니었다. 충분히 집에 가서 여유롭게 뺄 수도 있었지만, 그저 지금 당장 어떻게 분해하는지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다. 나의 욕심이었다고 고백해야만 한다.

"코닥 펀세이버였으면 3초면 따는건데."

내 카메라는 그 기종이 아니다.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의도적으로 힘을 과하게 주어 플라스틱을 박살내 그 안에 담긴 필름통과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건 원치 않았는데. 뭐 어쩌겠는가. 쉽게 쓰고 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숙명인 것이다.

이렇게 실수를 통해 미리 배워가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다.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매거진이 일회용으로 쓰여지고 버려질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음 글이 쓰여질 수 있을지 모를지. 오늘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 번 더 시도해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필름만큼은 카메라가 담은 사진이 어떤 모습인지 필름 현상소라는 현대 기술의 편리함을 돈으로 사서 결과물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내가 누른 셔터가 어떤 시간을 훔쳐냈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


#MOMA K Gallary #모마케이갤러리 #김창완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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