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은 축적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우리집에서 다운타운까지 이동하려면 걸어서 40분이 걸린다. 심지어 집 주소에 'North Hill'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는데,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집은 언덕 위에 자리해 있다. 만약 집에서 떨어진 곳에 일자리를 얻게 되면 출근할 때 내리막을 탔다가, 퇴근할 때는 오르막을 타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 한숨이 나온다.
물론 집에서 다운타운까지 한번에 가는 5번 버스를 타면 된다. 20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3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아 캐나다에 온 내게 그것조차 부담이다. 1회용 티켓 1장이 4$이고, Monthly Pass는 126$(한화 약 13만 원)이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가능하면 도보 15분으로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
그래서 전략을 세웠다. 우리집 근처 매장을 가장 나중에 공략하도록 하고, 최대한 집에서 먼 곳부터 레쥬메를 드랍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구직 멘트에 대한 영문 스크립트를 준비해야 하고, 내 입에 제대로 장착하려면 반복적으로 내뱉어야 하기 때문이다. 워홀 경험자들이 일관되게 '자신감'을 조언하는데, 당당함은 경험에서 나온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란 말이다.
시간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매장 오픈 직후, 피크 타임(점심, 저녁)을 피하는 게 좋지 않나 하는 가벼운 추측이 발생한다. 주문 받기도 힘든 직원들이 레쥬메를 제대로 받아줄 리가 없다. 고민 끝에 오후 2시~4시 사이에 레쥬메를 드랍하기 결정했다. 30대가 되면 없던 관록이 생기는 듯하다.
성공적인 레쥬메 드랍 조건
1. 화창한 햇빛
2. 평일(월~금)
3. 여유로운(아마도) 오후 2시~4시
4. 레쥬메 10장
ㄴ 일일 10곳 드랍을 목표로 함
5. 매니저에게 직접 전달⭐️
자, 이제 매장을 부수러 가볼까?
처음 레쥬메를 드랍해보는 워홀러들은 이 낯선 문화가 '두렵다'. 영어를 잘 못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매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이력서를 건네본 적이 없으니... 차라리 영어라도 막힘없이 구사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나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오후 2시가 되자마자 나는 다운타운에 있었다. 즉각 눈에 띈 카페로 향했다. 매장에 손님이 한 명도 없지만 주방은 조금 분주해보였다. 예상한대로 오후 2시는 조용한 시간대가 맞았다. 카운터 앞에서 눈이 마주친 직원에게 먼저 말을 건다.
"Hi, How are you?"
계획한대로 안부 인사를 건네고 '나 일 구하는 중이야, 너네 매니저랑 대화할 수 있을까?'라는 멘트를 건넸다.
"I'm the store manager."
"Ah..."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다. 1초 동안 두뇌가 멈췄다. 매니저를 찾는 이유는 채용 권한이 매니저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건 상대가 알바면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하고, 매니저가 부재 중이라면 복귀 시간을 물어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는 게 좋다. 직원에게 전달된 레쥬메가 수많은 사유로 매니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버버하더라도 채용 담당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첫 번째 시도에서 굳어버려 매니저가 뭐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지만, 미리 녹음해놓은 덕분에 리플레이하면서 영어 공부를 겸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가 알았을까? 호기롭게 들어간 호랑이굴에서 호랑이를 마주칠 줄. 이건 내 계획에 없었다.
나중에 음성 메모를 리플레이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레쥬메를 드랍한 해당 카페는 프랜차이즈였는데, 당시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던 거였다.
"우리 매장에 TO가 없더라도 다른 지점에 자리가 나면 너에게 연락해줄게"
당시 긴장해서 매니저가 뭐라는지 전혀 못 알아들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얼굴에서 당황했던 기색을 잔뜩 드러낸 것 같다. 이 카페는 텄다.
심지어 스크립트를 구체적으로 짜오지 않았다. 세계여행하면서 자주 썼던 말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본 레쥬메 드랍 관련 영상에서 나온 멘트를 떠올려 가며 즉흥적으로 대사를 짰다. 문법 같은 게 맞을 리 없지.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카페에서의 실수를 피드백하면서 근처 일식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서도 호랑이를 만났다. 그것도 한국산.
1번째 레쥬메 드랍한 카페 대화록
나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입니다. 저는 일을 구하고 있어요. 매장 매니저와 대화할 수 있을까요?
직원 : 네. 제가 매니저예요.(처음부터 매니저를 만날 거라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나 : 어... 당신이 매니저인가요? 제 레쥬메를 받아주세요. 구인 중인가요?
매니저 : 지금은 채용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도 레쥬메를 주시면 받아둘게요. 풀타임, 파트타임 중에 어떤 일을 구하고 계세요?
나 : 아무거나 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요.
매니저 : 지원하는 포지션이 주방인가요? 홀인가요?
나 : 홀입니다.
매니저 : 알겠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저희 브랜드 다른 지점에서도 사람이 필요할 수 있어서요. 그때 연락드리겠습니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게 되면 며칠 정도 일할 수 있으신가요?
나 : 하루종일 할 수 있습니다.
매니저 : 알겠습니다.
나 : 감사합니다.
2번째 레쥬메 드랍한 일식집 대화록
나 : Hi, How are you? My name is AN. I’m looking for a job.
직원 : Are you Korean?
나 : Yes. Korean
직원 : 안녕하세요
나 : 오, 안녕하세요?(당황) I’m looking for a job. I want to talk to your store manager. Can I talk to him?
직원 : 저예요. ㅎㅎ
나 : Is you? Nice to meet you. My name is An. This is my resume. Can you take my resume?
사장님 : 파트타임 구하세요? 풀타임 구하세요?
나 : Full-time, Part-time I don’t care. I want to do work any…
사장님: 워킹홀리데이예요?
나 : 네 맞습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사장님 : 네 ㅎㅎ
나 : 아 ㅎㅎ 네 워킹홀리데이고 일주일 전에 들어왔습니다.
사장님 : 아 그래요? 2년짜리죠?
나 : 네 맞습니다.
사장님 : 저희가 2월 중순쯤에 파트타임이 필요하긴 할 거에요. 근데 시프트가 많은 건 아니고 주에 2~3일 정도? 아침에 잠깐씩 하는거거든요? 그런 것도 괜찮아요?
나 : 네 괜찮습니다.
사장님 : 어쩌다가 한번씩 3일 또는 4일 들어갈 때도 있는데, 혹시 ‘덴뿌라’ 해봤어요?
나 : 처음 해보는데, 맥도날드랑 고깃집 홀서빙도 해봤지만 경험이 있어서 했던 건 아니거든요. 하다보니까 익숙해졌던거라. 하면 잘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그래요? 바쁜 가게인데 잘할 수 있어요?
나 : 지금까지 바쁜 가게에서만 일했습니다. ㅎㅎ
사장님 : 그래요? 그러면 제가 레쥬메 킵하고 있다가 2월 중순쯤에 다시 전화를 줄게요. 그때도 일을 구하고 있으면 면접 한번 다시 보고, 트레이닝 시작하고요. 다른 일을 구했으면 어쩔 수 없고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 저희는 2월에서 3월 초 사이에 사람이 필요하기는 해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나 : 네 감사합니다~
일식집 한국인 사장님 덕분에 마음이 매우 가벼워졌다.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그의 답변은 '내가 굶어죽진 않겠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구체적인 시간대를 물어보지 않은 건 실수지만, 어쨌든 주 2~3일 정도면 월세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였다. 레쥬메 드랍을 위한 멘트가 조금씩 입에 붙기 시작했던 것은.(그러나 2월이 끝나가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자신감은 단번에 충전되지 않았다. 채용 시즌이 아님에도 레쥬메를 킵해주겠다며 받아주는 곳도 있었지만, 모든 매장의 직원들이 외노자를 똑같이 대해주지는 않았다. 레쥬메가 한 장씩 줄어들 때마다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사항을 캐치하게 됐다. '근무 가능 시간대', 'Visa'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레쥬메에는 두 가지 항목이 빠져 있다. 전혀 몰랐다. 집에 가자마자 보완해야겠다. 깨닫고 나니 손에 들고 있는 '하자 있는' 레쥬메를 빨리 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그때부터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브런치 카페, 피자 가게, 멕시칸 식당 심지어 인도 식당까지 들어가서 'Hi, How are you?'를 던져댔다. 네가 이기냐, 내가뽑히고 싶은 마음으로 레쥬메를 드랍한 게 아니라, 갖고 있는 레쥬메를 빨리 소진하려고 레쥬메를 드랍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신기하게도 상대방이 거절하더라도 웃으며 'Thank you~'라고 인사하고 다음 가게로 돌진할 수 있게 됐다. 길바닥 위에서 나만의 루틴이 형성되었고, 차차 여유를 갖게 되었다.
오늘 스스로에게 부여한 레쥬메를 10장 드랍 숙제를 완료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시계를 보니 오후 4시를 조금 지나는 중이다. 첫날이라 그런지 빨리 지쳤다. 저녁으로 맛있는 걸 먹어줘야겠다. 다운타운에서 집까지 40분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기세라면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 300만 원을 금방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레쥬메를 드랍한 지 2일, 3일이 지났다. 날이 지날수록 뻔뻔해져가는 나의 태도가 만족스럽다. 오히려 똑같은 상대방의 패턴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 앞일은 모르는거잖아? 일단 내 레쥬메 받아둬~"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상대의 거절을 거절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빨리? 나이가 들면 뻔뻔해진다는 말은 사실인 듯하다.
집 근처 매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1, 2일차는 다운타운을 방황하며 20곳의 매장에 레쥬메를 뿌렸고, 3일차에는 수정된 레쥬메를 들고 외곽의 매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현재 채용하고 있지 않다는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1, 2월의 캘거리는 'Slow season'이라고 하여 사장들이 일손을 줄이는 시기라고 했다. 봄이 되는 3월부터 적극적으로 채용할테니 그때를 다시 노려보란다. 조금 늦게 왔어야 했나?
매일 10장씩 3일 동안 총 30장을 캘거리 중심부에 레쥬메를 뿌려대니, 마치 내 분신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레쥬메 드랍에 성공할 때마다 맵에 그 매장을 마킹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핀으로 가득 찬 맵이 내 노력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동시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한 가지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면접 오라고 하면 어떡하지...?'
내가 레쥬메를 드랍한 곳은 최소 도보 40분이 걸리는 매장들이다. 또는 버스를 반드시 1번은 환승해야 한다. 숙소를 6개월 선계약 해둔 내 기준으로 근무처의 접근성이 나쁘다. 다운타운까지는 버스로 출퇴근할 의향은 있다. 그럼에도 만약 연락이 온다면 대면 인터뷰 정도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해볼 의향이 있다. 처음부터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레쥬메를 드랍한 것이다. 나름 전략을 갖고서. 3일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다.
오후 4시쯤 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문자 수신음이 울렸다. 오늘 레쥬메 드랍했던 일식집의 셰프님이 보낸 것이다.
"혹시 주방 포지션으로 일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내가 캐나다로 워홀을 온 가장 큰 목적은 '영어 학습'이다. 알바라도 온통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이라면 환영이다. 거기에 수입이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조건이겠다. 하지만 내 레쥬메를 받아준 그곳의 홀 매니저 영어가 서툴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일본어를 중급 수준으로 구사할 줄 안다. 어려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봐온 덕분에, 고등학생 때 <전국 일본어 말하기 대회> 에서 은상을 타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되살려 모로코 여행 갔을 때 일본어를 잘 하는 현지인 사미네 집에 놀러갔던 적도 있다.
그곳에서 일하면 일본어를 더 잘하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셰프님은 Full-time을 주겠다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다음 날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회신이 늦어 죄송합니다.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레쥬메를 드랍했던 레스토랑에서 면접 제의가 왔고, 오늘 트레이닝 스케쥴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Full-time 찬스는 완전히 날아갔다. 도저히 도보로 왕복 1시간 30분에 가까운 거리를 몇 달 동안 다닐 자신이 없다. 후... 거짓말을 하게 되어 찔리지만, 말이 씨가 되길 바라본다.
레쥬메에 'Full Availability'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저는 당신의 매장 사정에 맞춰 언제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라는 매혹적인 근무 조건을 제시했다. 일일 알바도 하기 힘들었던 출국 30일 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속 편하다.
나를 써주는 곳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100개의 메뉴가 넘는 레시피를 외우라고 메뉴표를 내미는 레스토랑? 트레이닝 페이는 따로 줄 수 없지만 열심히 하면 잘 챙겨주겠다는 레스토랑? 아니면 분주하게 날아다녀야 하는 패스트푸드점? 아 모르겠다. 최저 시급만 받아도 좋으니까 풀타임으로 집이랑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
헤어 드라이어가 필요해서 Karrot(한국의 그 당근 맞음)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마침 적당한 매물이 나왔다. 현금 10$짜리. 집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판매자를 직접 찾아갔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생각으로 레쥬메를 챙겨갔다. 현지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판매자는 중학생 남자애였다. 아쉽지만 돈만 주고 헤어졌다. 그래도 헤어 드라이기가 완벽하게 작동해서 1차로 만족스러웠고, 덤으로 파란색 에코백도 받아서 2차로 만족스러웠다.
카페에 '무빙 세일'이라며 캘거리를 떠나는 워홀러가 식료품 등을 떨이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다운타운으로 갔다. 먹다 남은 시리얼과 쌀, 식용유, 참기름, 불고기 소스, 빨래통, 휴지통 등등. 이 모든 것들을 단돈 10$에!(마트에서 식용유를 2통만 사도 9$다) 불경기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판매자는 나보다 한 두 살 정도 많은 여성인 듯 했다. 거래가 끝날 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혹시 잡 잘 구하는 꿀팁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 저는 잡을 못 구해서 떠나는 거라서요."
괜히 물어봤나. 찝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집에 도착하니 그녀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캘거리 현지 구직 사이트 4곳을 추천해주었다. 그중 2곳은 처음 들어보는 사이트인데? 물어보길 잘 했다. 역시 기회는 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녀에게 무사히 귀국하길 바란다고 카톡을 보냈다. 바로 답장이 온다. 귀국이 아니라 잡 구하러 다른 지역에 간다고.
1월의 영하 13도 캘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휴대폰이 아이스팩처럼 차가워질 때가 있다. 그러면 어김없이 휴대폰이 죽는 이슈가 발생한다. 아니 왜? 앞으로의 캐나다 생활을 하려면 휴대폰이 필수인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여자친구는 마침 안 쓰는 공기계가 있다며 보내주겠다고 했다. 고맙지만 계정/카드 등 기존 정보를 새 휴대폰에 옮기는 것은 사실 귀찮은 일이다. 죽은 휴대폰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도록 한다.
진단해보니 휴대폰 전원이 꺼지는 건 아니었다. 디스플레이만 죽는 것었다.(숙소 냉동고에 10분 넣고 꺼내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전원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니 화면만 안 켜질 뿐 몸체에서 진동이 울린다. 디스플레이만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아마존에서 구매한 새 디스플레이가 5일 만에 도착해서 바로 교체해주었다. 이로써 내가 사용하는 중고 아이폰 13 Pro는 배터리 1회, 디스플레이 5회의 셀프 자가수리 이력을 갖게 된다.(노트북 배터리도 셀프로 교체하는데 이쯤되면 사설 수리점을 차려도 되지 않나 하는 자만심이 생긴다)
수리한 휴대폰을 테스트하려고 냉동고에 넣고 15분 후 꺼냈다. 전에는 화면이 죽어서 켜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멀쩡히 작동한다. 휴대폰이 없으면 생활해나갈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 원치 않게 매 초 단위 그 이상으로 강제 연결돼 있는 이 현실이 괴롭다. 휴대폰을 내던지고 싶지만, 고국을 떠나온 외노자에게 그럴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다.
4일차, 본격적으로 집 근처 매장에 레쥬메를 드랍했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아래는 레쥬메 드랍 1일차 때 브런치 카페 매니저, 도넛 카페 사모님과 주고 받은 대화 원문이다.
1번째 레쥬메 드랍한 카페 대화 원문
나 : HI, My name is An. I'm looking for a job. Can I talk to your store manager?
직원 : Yeah, I'm the store manager.(처음부터 매니저를 만날 거라 예상을 못 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나 : Ah... You are store manager? I want to give my resume. Are you hiring?
매니저 : We are not hiring at the moment. But I can just take your resume. So are you when available part-time or full-time?
나 : I can do work anytime. Full availability.
매니저 : So where do you work in the kitchen? or front of house?
나 : FOH.
매니저 : OK. I'll call you to my hr. OK? We have anything in another branches will let you know. Part time how many days you can do?
나 : I can do work all day.
매니저 : All right. OK. Thank you.
나 : Thank you.
8번째 방문한 도넛 카페 대화록
ㄴ 사모님이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몰라 음성 파일 리플레이 + AI 힘을 빌렸다.
직원 : Hello~
나 : Hi. How are you?
직원 : Very good.
나 : I’m looking for a job.
직원 : Okay!
나 : Can I talk to your manager?
직원 : Um… I’m the owner.
나 : Ah you are owner! Sorry. Are you hiring?
사모님 : Ah… currently no. but I think maybe next month or… too much from now I’m not sure~ Accurating husband is no one who is just production area.(이 부분은 말이 길고 빨라서 뭐라는지 몇 번을 리플레이 해도 안 들림) Yeah. So if you give me your I’ll call you interview on phone.
나 : OK.
사모님 : So… What is your Visa?
나 : My Visa is Work Permit 2 years. I arrived here last week.
사모님 : Last week???
나 : Yes. So everything is brand new to me.
사모님 : Oh~~~ OK. Sure. Tell me what your experience coffee shop? or any food beverage?
나 : Actually I don’t have…
사모님 You have in cook?
나 : Yes. Mcdonal’s, Pizza restaurant in Korea.
사모님 : But you are ok with any… coffee shop?
나 : Yes.
사모님 : OK. and the your availability is like… morning?
나 : I don’t care. I can do all time.
사모님 : OK. Oh you live there bike? oh you are not West. So are you ok public bus or train?
나 : Yes. Number 5 bus.
사모님 : Number 5 bus.
나 : 15 minutes.
사모님 : Oh~ OK. I’ll just give this(your CV) to my husband. So he can review and call you. OK?
나 : OK.
사모님 : Your name is 안 씨융 완?
나 : Yes. But you can call me just An.
사모님 : An! OK. An! My name is Kim!
나 : Kim? Sorry your ko…
사모님 : Oh, philippine. OK. Nice to meet you An. I’ll give to my husband.
나 : Thank you. Have a nice day~
사모님 : You 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