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왜 우리에게 오지 말라고 할까

교토가 오버투어리즘에 대처하는 방식

by 멸치아몬드

2016년 2월, 홋카이도 비에이의 관광 명소 ‘철학자의 나무’가 토지 소유주에 의해 잘려 나갔다. 좋은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의 사유지 무단침입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5월에는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의 한 편의점 앞에 검은색 대형 가림막이 설치되었다. 편의점 뒤로 보이는 후지산 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이 무단 횡단과 쓰레기 투기를 일삼자, 마을 당국이 아예 후지산이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2월,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는 매년 봄 신쿠라야마 아사마 공원에서 열어 오던 벚꽃 축제를 취소했다. 후지산과 5층 탑, 시내 전경이 어우러진 절경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무질서와 안전 문제가 이유였다.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교토 시민들은 왜 버스를 타지 못할까

세계적인 관광도시 교토도 예외는 아니다. 청수사, 금각사, 아라시야마, 기온 같은 주요 관광지는 일 년 내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문제는 그로 인한 불편이 고스란히 교토 시민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관광객들은 점점 거주 지역 깊숙이 들어온다.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에 시달린다. 좁은 골목까지 관광객이 몰리면서 통행이 막히고, 사유지에 무단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일도 잦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대형 캐리어가 돌바닥을 긁는 소리는 일상이 되었다.


교통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민들이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위해 이용하는 시내버스는 관광객과 캐리어로 가득 찬다. 정작 주민들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버스는 교토 시민의 ‘발’인데, 그 발이 마비된 셈이다.


숙박 수요 증가도 도시의 얼굴을 바꿔 놓았다. 도심의 주택은 민박과 게스트하우스로 전환되었다. 소음 문제가 잦아졌고, 정작 주민들이 살 집은 줄었다. 집값은 오르고, 원주민들은 시가현 등 인근 도시로 밀려난다.


'오지 말라'는 분명한 신호


교토시는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가 요금 인상과 물리적인 단속이다.

2026년 3월부터 교토시는 기존 최대 1,000엔이던 숙박세를 최대 10배까지 인상했다. 고가의 숙박시설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관광객 수를 조절하고, 동시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관광객의 버스 요금 부담도 2배로 늘린다. 2027년부터 시민과 관광객에게 요금을 다르게 받는 요금 차등제를 일본 최초로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균일 230엔인 시영버스 요금을 시민은 200엔으로 낮추고, 관광객은 350~400엔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기온 등 일부 지역에서는 허가 없이 사진을 찍을 경우 5만 엔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사유지 성격이 강한 일부 골목은 관광객 출입 자체를 금지했다.


단체 관광버스 역시 주거 골목까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금 떨어진 전용 주차장에서만 승하차하도록 했다. 주차 시간도 엄격히 제한했다.


막는 대신 길을 나누다


교토의 대책은 단순히 ‘억제와 금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방안은 ‘분리’다. 관광객과 시민의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한 시내버스 문제부터 손을 댔다. 버스 1일권은 2023년 9월 판매가 중단되었고, 2024년 3월 완전히 폐지되었다. 대신 지하철·버스 통합권만 남겨 관광객의 지하철 이용을 유도했다.


청수사, 은각사 등 주요 관광지를 직행으로 연결하는 관광 특급 버스 노선(EX100, EX101)도 신설했다. 관광객은 관광객 버스를, 시민은 일반 노선을 이용하도록 분리한 것이다.


대형 캐리어의 버스 반입도 제한했다. 교토역 등에서 숙소까지 짐을 배송해 주는 ‘빈손 관광’ 서비스도 확대했다.


주거 문제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했다. 주거지역 내 민박 허가를 제한하고, 전통가옥인 마치야의 무분별한 숙박시설 전환을 막고 있다. 2026년부터는 거주하지 않는 집에 ‘빈집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주택이 숙박시설로 바뀌는 것을 막고 실제로 주민이 사는 공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다.



‘분산’이라는 또 다른 해법


교토시는 관광객을 ‘흩어 놓는’ 전략도 병행한다. 관광 수요를 시기와 시간, 공간으로 나누겠다는 발상이다.


벚꽃과 단풍 시즌에 집중되던 관광 수요를 여름과 겨울로 분산시키기 위해, 평소 공개하지 않던 문화재를 특별 공개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사찰과 식당을 묶어 ‘얼리버드 관광’도 유도한다.


청수사나 기온 같은 유명 관광지에만 몰리는 인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교토 외곽의 매력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후시미, 오하라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섯 개 지역을 소개하는 전용 웹사이트 ‘아껴둔 교토(とっておきの京都)’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도 활용한다. 주요 관광지의 혼잡도를 AI로 분석해 다섯 단계 아이콘으로 보여주고, 일부 지역은 실시간 카메라 영상도 제공한다. “지금 매우 혼잡”이라는 정보를 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다른 장소로 발길을 돌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제 교토시는 이렇게 말한다.

“붐빌 때 말고 한산할 때, 유명한 곳 말고 새로운 곳으로.”



‘아키마헨’이라는 부드러운 경고


교토 시민들이 특히 고통받는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매너’다.


기온 거리에서 이동 중인 마이코나 게이코를 허락 없이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앞을 가로막거나, 기모노 소매를 잡아당기는 일도 있다.


그 밖에도 남의 집 대문 안마당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촬영 금지 구역에서 몰래 셔터를 누른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들고 걷다 다른 사람의 옷에 묻히기도 한다. 쓰레기는 인근 주택이나 화단에 버린다.


교토시는 이를 단순한 무례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본다. 그래서 단속과 벌금만이 아니라, 매너 개선 캠페인을 병행한다. 이름하여 아키마헨(Akimahen) 캠페인이다. ‘아키마헨’은 교토 방언으로 “안 됩니다”라는 뜻이다.


언어 장벽을 넘기 위해 글자 설명과 함께 일러스트와 빨간색 X 표시를 활용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익살스럽지만, 메시지는 단호하다.



북촌과 제주, 그리고 교토


우리나라의 북촌 한옥마을과 제주도 역시 오버투어리즘이라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증상과 처방은 조금씩 다르다.


북촌 한옥마을은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역사 공간이라는 점에서 교토와 닮았다. 소음과 사생활 침해, 이른바 ‘도둑 촬영’ 문제도 유사하다. 북촌은 일정 시간대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교토의 기온은 시간 제한보다는 공간 자체를 아예 막는 쪽을 선택했다.


섬인 제주와 분지 지형의 교토는 교통 혼잡과 환경 부담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제주는 렌터카 총량제를, 교토는 버스 노선 분리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재원 확보에서도 차이가 있다. 제주는 입도세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교토는 숙박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교토는 교토의 방식대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교토 시민의 약 90%가 오버투어리즘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불만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의 상실과 도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이 장을 보던 니시키 시장은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동네 목욕탕과 작은 밥집도 마음 놓고 가기 어려워졌다. 교토시가 숙박세 인상, 빈집세 도입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후지산 편의점 가림막이나 홋카이도의 나무 벌목은 일본의 ‘오모테나시’나 ‘메이와쿠’ 문화를 떠올리면 다소 극단적인 장면이다. 교토는 그런 선택을 피하고 있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돈을 더 많이 지불하거나 조용히 하라. 그렇지 않으면 오지 말라.”


노골적이지 않지만 분명한 압박이다. 교토다운 방식이다.





[하나 더] 왜 ‘아키마헨’일까


‘아키마헨(あきまへん)’은 표준어 ‘이케마셍(いけません)’의 교토식 표현이다. 뜻은 같지만 어감은 다르다.


이케마셍이 규칙과 도덕을 앞세운 단호한 금지라면, 아키마헨은 “그러면 좀 곤란하다”는 완곡한 거절에 가깝다.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에는 “교토의 방식이 아니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단한 기준이 담겨 있다.


교토시는 굳이 방언을 선택했다. “여기는 교토이고, 교토에 온 이상 교토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그들 고유의 언어로 드러낸 것이다. 교토는 딱딱하게 “No”라고 말하지 않고 특유의 ‘돌려까기’ 화법으로 “No”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




후지산이 보이는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의 편의점 (가림막을 설치했다가 나중에 철거했다)


교토 중심가를 달리는 시내버스 (항상 관광객과 시민으로 가득 차 내부가 혼잡하다)


기온의 대표적인 전통 길 '하나미코지' (입구 왼쪽에 촬영 금지 경고판이 보인다)


아키마헨 캠페인 홍보물의 일부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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