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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Dec 29. 2019

84. 공부법이 잘못된 아이

고등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게만드는 힘든 학생이 있다. 아예 공부를 못 하던 녀석이고 고집이 없는 녀석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공부법을 길들이면 되는데 꼭 중학교 때 시험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암기만으로 충분히 성적을 냈던 아이들은... 진짜 감당이 안 된다. 예전에는 이렇게 공부하고도, 문제를 요만큼만 풀어도 괜찮았다는 그 자만.


나 예전에 100점 맞던 애야. 하던 데로 하면 뭐 되는 거 아냐


특히나 중학교 때 학원이나 과외 선생들이 이것만 외우라고 족집게처럼 집어준 것만 달달 외웠던 아이들은 진짜 답이 없다. 정말 그런 선생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당장이야 성적이 나오겠지만 결국 잘못된 공부 습관은 고등학교 때 실패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뭐 실패 요인 까지냐, 오버 아니냐 하겠지만 고등학생이 공부습관 고치느라 시간을 허비할 틈이 있겠냐고! 이해는 집어 치고 암기만 하던 아이들을 뜯어고치는데 1학기를 보내고 나면 부모님들도 기대 이하에 성적에 실망할 것이고 아이들도 패배감에 지쳐버린다. 그러니 미리 공부습관을 잡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말씀!


어떤 중학교 전문 과외 선생님이 나에게 학생을 소개하며


 그 선생님은 문제를 하나하나 안 풀어줘요. 숙제 채점도 본인이 해야 하고 밑줄도 안 쳐주거든요. 저처럼 꼼꼼하진 않으세요.


꼼꼼하지 않아? 고등학생 가르치는 선생님이 진도 빼기도 힘든데 무슨 문제를 수업 중에 하나하나 풀어주고 밑줄을 쳐주나? 그게 꼼꼼한 건가? ㅎ 실소가 터져 나온다. 나는 문제 풀어줄 시간에 심화된 내용 설명 한 번 더 한다고! 예제 풀어가면서.


어디서 저따위로 자기 자랑을 하는지! 남 흉보면 본인 자랑하는 족속들이 최고 못난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잘났으면 남들 좋은 면도 인정해줘야지 그걸 무시한다고 본인 몸값이 올라가는 거 아니라고.


여하튼, 나는 오늘도 공부 습관 안 잡힌 예비 고 1을 수업하며 목이 쩍쩍 갈라지도록 닦달하고 요 놈들을 인간 만드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학습 플래너를 쓰라고, 영단어를 외우라고, 국어 지문 좀 주기적으로 읽으라고! 온갖 잔소리를 해대는 나는 과학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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