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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Mar 29. 2020

93. 코로나 때문에 중간고사를 안 본다고?

반포에 있는 어떤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공지가 발표됐다. 개학이 미뤄지다 보니 학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수행평가와 기말고사로 성적을 합산하겠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 소식에 이 학교 학생 고 3을 가르치는 나는 심장이 ‘툭’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게 정말이라면 어쩌지? 진짜라고?


올해 입시를 치르는 고3 학생들의 경우 수시 학생부 전형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학년 1학기 내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중간고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말고사가 어떻게, 그리고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 난이도로 출제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 이 바닥에서 몇십 년을 가르쳤 건 그 학교 정보에는 일가견이 있건 그런 것으로는 메꿀 수 없는 이 어이없는 상황을 누가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분들께 좀 더 쉽게 왜 내가 호들갑을 떨며 걱정하는지 설명해 드릴게.


첫째, 중간고사를 대체하기 위해 실시되는 수행평가가 정확한 판단 기준이 아닌, 주관적 기준으로 성적이 매겨질 수도 있는데 그에 따라 내신 등급에 불만을 가지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둘째, 기말고사에서 1학기 전체 범위를 시험 보게 된다면 학생들이 짊어지게 될 부담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셋째, 보통 중간고사 시험 난이도를 보고 기말고사 난이도를 조정하는데 기말고사가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려워 난이도에 실패하게 되어 내신 등급 측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넷째, 수행평가는 팀 프로젝트가 많고 팀 내 적극적인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적인 무임승차 학생도 있을 텐데 그 학생에게도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다섯째, 시험을 목표로 공부했던 학생들의 긴장감 하락은 어찌할 건데? 눈 앞에 보이던 동기부여 요소가 뒤로 밀리는 것이기 때문에 예정되어 있던 중간고사를 목표로 열심히 내신 준비를 하던 학생들이 겪을 긴장감 저하는 ㅜㅜ.


이런 이유를 생각해보건대 고등학생은 무조건 중간고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 관계부처의 이런 권고 사항은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처사이다. 자식을 키워본, 아니 본인이 학교를 다녀봤다면 충분히 이런 부작용이 발생되리라 예상될 텐데. 학교를 졸업하신 지 너무 오래되신 분들이 결정하신 것 같다.


여하튼, 나는 내 학생들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중간고사를 보든 안 보든 내 할 일은 해야 하니까. 그래도 부탁은 드려봅니다. 학교 관계자 분들! 중간고사 미실시는 권고사항입니다! 그냥 중간고사 실시해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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