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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l 08. 2020

115. 내 MBTI가 트럼프 대통령이랑 똑같다고?

나는 AB형이다.


어린 시절,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다, 사이코다, 성격이 나쁘다 등등 온갖 나쁜 얘기를 들었던 터라 혈액형별 분석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4가지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분류한다는 건지, 통계학적으로도 확실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과학 선생이라는 사람이 이런 비논리적인 얘기를 믿는다면 지나가는 멍멍이도 웃을 일 아닌가?


근데 두둥.

그 멍멍이도 웃을 일이 생기고 말았다. 최근 내가 흠뻑 빠진 MBTI 분석. 우연히 해 본 검사 결과를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 결과는 ESTJ.

ESTJ의 특징에 대해 읽어보는데 이건 딱 내 얘기가 아닌가? 책임감 중시, 보수적, 공감 능력 결여, 무계획 극혐. 한국 사회에는 나 같은 인간들이 많긴 하겠지만 20여 가지의 특징이 평소 내 모습을 몰래 엿보고 서술해 놓은 글 같았다. 이 놀라운 경험을 널리 알리고자 제자들에게도 해보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전했다. 내가 평소 생각했던 그들의 이미지가 편견은 아니었는지 기질이 다른 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알고 싶었기 때문.


꽤 다양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우선 각 학생들의 MBTI를 메모해 두었다. 나중에 그 결과를 찬찬히 보면서 나와는 무엇이 다를까 분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것도 ESTJ의 기질인가? ㅎ)


결과를 분석하고 각각의 특징들을 읽어보며 아이들의 평소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차분하고 책임감이 강해 자신을 끝까지 몰아치는 ㄱ. 까불거리고 허세작렬이지만 겁이 많고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ㅇ, 순딩한 얼굴이지만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던 ㅂ 까지. 진짜 저마다 다른 매력과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까지 그 아이들의 단점만 눈을 부라리며 찾고 호통치면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 못난 선생이 부끄러워질 만큼.


몇 년 전, 강남에 학생 사주를 토대로 진로를 컨설팅해주던 학원이 있었다. 현침살이 있으면 의사 사주라던가 학운이 있으니 좋은 진학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아이의 진로를 결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때 이런 학원이 있다는 것을 보고 진짜 어이가 없었는데 꼭 나쁜 것,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타고난 기질을 분석하고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사주건, MBTI 분석이건 뭐든지 좋을 테니까. 분석 결과를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줄일 수 있다면 난 믿어보고 싶다.


애들아, 트럼프 같이 독불장군에 고집 세지만 논리적인 반대의견에는 수긍할 줄 알거든. 우리 서로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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