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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ul 17. 2020

120. 숙명여고 쌍둥이들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대치동 바닥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오늘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학교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딸들에게 실형이 구형되었다. 법의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검찰 측의 구형. 아직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린 나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사건이었기에 검찰의 구형은 합당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이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아주 대환장 파티인걸 어찌해야 할지?


말로 타이르면 되지 실형이라니? 그 정도로 잘못 한 건 아니야.

성폭행범보다 구형이 많다고 얘네가 사람을 죽였냐?

조민이나 족쳐.

증거도 없는데 왜 처벌하는 거야?

내 아이도 중간 등수였다가 전교권으로 성적 올랐어.


어린양들을 옹호하는 천사님들이 세상천지에 이리도 많다니. 수많은 댓글 중 가장 어이없는 댓글은 범죄의 증거가 없다는 것. 이제까지 나왔던 수많은 증거는 증거가 아니라 소설이었나 보다. 더군다나 지난 5월 14일 특별한 증인 한 명이 나와 이 자매의 진술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했는데 그런 기사는 일부러 안 읽고 사는 건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분들이 참 많은 듯하다.


검찰 측은 쌍둥이 자매를 위해 계량경제학과 교수에게 자연계 시험에 응시한 특정 학생이 정정된 6개 문제 중 5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선택할 확률 같은 학기 인문계 시험에 응시한 특정 학생이 정정된 3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선택할 확률 두 사건이 모두 발생할 확률 916개 영어문장 중 갑이 선택한 b문장과 을이 선택한 c문장이 시험문제에 나올 확률 시험에 응시한 학생 218명 중 한 명만 15:11이 정답인 문제를 정정 전 정답인 10:11로 적었을 확률 등을 의뢰했다.


정정된 문제 6개 중 5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쓸 확률은 십만 번에 4.3번 발생할 확률입니다.


두둥~~ 전문가의 깔끔한 증언.


이것이 검찰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던 빼박 증거 자료였던 것. 여기서 계량경제학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통계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경제현상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현실적 타당성을 수학과 통계에 의해 검출하는 학문이다. 완전 객관적인 학문이라는 거지. 억측이 아니라고 아주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 증인 출석해주신 계량경제학 교수님께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다시 확인하고 나니 절대 나올 수 없는 확률임에도 무죄를 기대하는 악플러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런 객관적 분석을 거친 증거 제시에도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에 반성의 태도는 단 1퍼센트 없는 철면피 같은 쌍둥이들의 모습을 보니 20살밖에 안 된 저 아이들이 비뚤어진 마음을 지닌 괴물처럼 보였다.


최후 변론에서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던 쌍둥이 아이. 그래, 이제 그 정의가 뭔지 뼈저리게 알게 될 거야. 확실한 건 너희가 믿고 의지하던 거짓된 삶 속에선 절대 배울 수 없던 것들이지. 어리다고 널 용서할 순 없어. 너희는 이미 악랄하게 수많은 사람들은 기만하고 농락한 것이니.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많은 아이들과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며 직장에서 겨우겨우 버티는 학부모, 하다 못해 나 같은 이류 강사도 너희 같이 쉽게 살려는 사람들 때문에 힘이 빠진다. 뿌리대로 거두는 법. 이제 곧 알게 되겠지. 진짜 정의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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