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생일을 맞이했다.
이번 생일은 힘들었던 수술과 회복 과정을 겪어서인지 살아있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던 소중한 날이었다. 그런데 우리 뚜띠가 마누라 생일을 잊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사실 우리 뚜띠는 꽤 다정다감한 편이다. 깜짝 선물도 과할 정도로 자주 하고 특히 기념일에는 반드시 맛있는 밥도 직접 차려주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이런 뚜띠가 내 생일을 잊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것. 내 병간호와 직장 일을 병행하다 보니 힘이 들었던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강철 멘털을 가진 남편에게 충격을 줄만큼 내 수술과 회복 과정이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생일 전 날 퇴근하고 귀가한 남편에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밥을 차려주는 남편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설마, 진짜 내 생일을 잊은 건가?
자정이 되고 딱 내 생일을 맞이하자마자 물었다.
여보, 오늘 내 생일인 거 잊었지?
진짜 까맣게 잊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서운함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수술이 길어져 속을 태웠을 것이고, 의료사고로 연거푸 또 다른 수술을 받게 되는 마누라를 보며 속상했을 남편.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워 자살하고 싶다는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우리 뚜띠가 불쌍했다. 그리고 내 생일이 별 거라고 이 상황에서 생일을 챙기려 하다니.
물론 생일 당일, 남편은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불러주며 이 철없는 마누라를 달래주었다. 미안해, 뚜띠. 앞으로 나 건강하고 튼튼해져서 당신한테 잘할게.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