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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Oct 23. 2020

132. 부모상을 치르느라 학원을 쉬면 월급에서 까요.

보통에 회사라면 부모상을 치르는 직원에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준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을 잘 보내드리고 슬픔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데다 회사 차원에 조의금도 지급된다. 장례식 이외에도 다양한 경조사에 정당한 휴가를 사용하게 되지만 이로 인해 이번 달 받게 될 월급이 줄어들 것이라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회사는 규정에 따라 정해진 휴가가 있고 위로금까지 지급하는데 학원가에서는 출근하지 못한 일 수만큼 월급에서 뺀다고?


강사 커뮤니티에서 해도 해도 너무한 원장 얘기를 하소연하는 글에서 부모님 장례식을 치르느라 빠진 날만큼 월급을 제하고 지급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내가 결혼을 했던 십몇 년 전에 학원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당시, 한 학원이 아닌, 두 개의 학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화, 목요일에 수업을 하는 학원의 원장이 결혼식 직전에 나를 따로 불러서 할 얘기 있다는 거다.


언제부터 보충할 거예요?


처음에는 뭔 소리인지 몰라 멀뚱하게 쳐다보니 다시 얘기하는 말


신혼여행 가느라 빠지는 수업 어떻게 메꿀 거냐고? 학원에 피해를 주는 건데 내가 얘기하기 전에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안 봤는데 개념이 좀 부족해.


사실 나는 신혼여행으로 빠진만큼 월급에서 제해서 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원장, 평소 회식 때 1인분 1900원짜리 대패 삼겹살을 딱 1인분 씩만 시켜주는 짠돌이 원장이니 월급을 그대로 줄 거라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주말에 나와 보충하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라 당황했다. 그리고 보충에 대해 먼저 얘기 안 했다고 나보고 개념이 없다는 거야? 뭐 이런 개 삐리리가 있나 싶었다.


사실 이 원장은 늘 그랬다.

학원에서 일하는 누가 아프던, 상을 당했던 그건 내 알바 아니지만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니 서로 도와가며 일하자고 얘기했다. 가족, 진짜 족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나 싶었다.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챙김은 전혀 받지 못하는 사이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퇴직금이랍시고 월급에 10%는 적립한다며 지급하지 않고 일한 지 1년을 채우지 못하면 적립된 돈은 주지 않았던 어이없음의 결정체. 돈을 어찌나 아끼시는지 내 결혼식에는 돈 5만 원 내고 원장 포함 4명의 가족이 와서 뷔페 식권을 당당히 챙겨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니 저 인간은 왜 저리 사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저리 아끼고 사람들을 착취하니 학원 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나 생각도 들었다.


이 원장 밑에서 일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학원은 연차, 월차, 부모상 때 휴가를 주는 것 등 일반적으로 보장되야할 기본 요소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와 달리 내가 맡은 일을 누군가 대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휴식이 인정되지 않는 직장. 자유로워 보이나 여행도, 가족 행사도 쉽게 갈 수 없는 그런 죄 많은 직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학원 바닥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나 스스로니 누굴 원망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해 볼 뿐. 내가 원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게 됐을 때 내가 흉보던 이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사실 자신은 없다. 나도 욕하던 그들처럼 돈에 혈안이 된 짠돌이 원장이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최소한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고는 있으려 한다. 원장들이여, 경조사는 너무 눈치 주지 맙시다! 괜히 돈 아끼려다 충성하던 선생도 잃을 수 있습니다. 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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