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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Oct 16. 2020

131. 동업은 웬만하면 하는 게 아니야

동네에 있는 꽤 규모가 있는 학원.

저 학원을 다니면 다른 과목 학원 숙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빡세게(?) 돌리는 학원이 있다. 종합학원에서 영어, 수학을 가르치던 선생 두 명이 의기투합해서 차린 학원이었는데 5년 정도 동네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 학원의 영어와 수학이 분리가 되고 영어학원은 이름까지 바꿀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을 듣자마자 학원 바닥에서 꽤 오래 밥 벌어먹었던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동업자끼리 돈 문제로 틀어졌다는 것을.


수학 쪽을 담당하는 원장이 학원 수입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가 영어 원장에게 들켜버렸고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으니 지분율이 낮았던 영어 원장이 독립을 해 버린 거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고 으쌰 으쌰 의기투합해서 동업을 시작한 그들은 그렇게 원수가 되었다.


나도 엊그제 동업을 제의받았다.

사실 이런 제의가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 대부분 동업을 제의했던 분들 모두 공부방을 운영하다 학원으로 확장을 계획하며 동업을 제의했다. 동업이라.

난 나도 믿지 못하는데 누굴 믿고 함께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근데 이제 나이가 있으니 남 밑에 있는 것도 더 이상 할 짓이 못 되고 참 고민이 많다.


아마도 나는 결국, 동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와 돈으로 얽히고 얼굴을 붉히고 불신하며 미워하다 잘 이어온 인연을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누군가를 미워할 에너지조차도 늙고 지친 내겐 부족하다. 선생 일을 하며 무수히 많은 나쁜 예시를 보았고 돈을 얻으려다 사람도, 돈도 잃어버리는 원장을 보며 나는 저런 인간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니 이런 동업 얘기는 내게 거북한 제안일 수밖에 없는 것.


나는 언제쯤 내 소유의 학원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영원히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학원가가 침체된 상황이라면 내 영업장을 꾸미고 최소 몇 개월만 버티면 입소문을 타고 학원을 점차 늘려 나가는 기쁨은 평생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위기는 곧 기회라지만, 무모한 도전은 결국 실패만이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기에 오늘도 한 걸음 물러선다. 세 발 더 앞선 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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