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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18. 2020

26. 자궁이 없어도 생리통은 있답니다.

생리통이나 증상으로 한 달에 15일은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생각했다.


자궁만 없으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리 안 하게 빨리 나이 들고 싶다.


하. 지. 만!


세상에나! 자궁적출을 해도 생리통이 있더군요. 제가 그 증거랍니다.


라고 떠들고 싶을 정도로 자궁적출을 한 지금도 원래 생리를 하던 주기 즈음에 몸의 변화와 통증이 있었다. 확실히 생리 전 증후군이 존재한다. 아마도 난소가 남아있으니 배란통도 있는 듯하고 그에 따라 가슴이 부풀어 오르거나 약간의 두통, 소화불량, 허리 통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궁적출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든 고통의 강도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이 아직은 이른 나이에 자궁보존이 아닌 적출을 선택한 것에 의아해했다. 아이 한 번 안 낳아보았으니 자궁의 기능을 제대로 사용도 못 해보고 이별하게 된 나의 자궁을 가여워한다. 여자로서 상실감, 우울, 남편과의 성관계에서의 불화 등을 염려해준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난소 하나 없어진 건 아쉬워도 자궁 적출해서 홀가분해요!


내 경우, 자궁 경부를 남기고 적출을 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수술을 하신 의사 선생님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딱히 이유도 말씀 안 하시고는 이건 남기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보니 자궁 경부를 남긴 경우, 성생활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있었다. 자궁을 잃었다고 남편과의 불화는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ㅎ 그럼에도 많은 분들은 자궁적출은 망설이고 있다. 내 경우만 봐도 자궁적출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으니 쉬운 수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경우는 운이 나빴던 것이지 주변에서 적출을 하신 분들을 보면 활력 있고 멋지게 잘 살고 계신 수많은 경우를 보게 된다. 물론 자궁적출은 마지막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처럼 딩크족이거나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출산을 염두해 둘 필요가 없다면 좋은 병원에 훌륭한 선생님께 맡겨 보시길.


그리고 자궁 적출 시 요관 손상이 제법 발생하니 경우에 따라 미리 요관 스텐트 시술을 진행하기도 하니 나처럼 요관 손상으로 개고생 할 것이라 지레 겁먹지 말기를!


다시 말하지만, 난 운이 나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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