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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19. 2020

27. 화장실 좀 써도 될까?

일에 복귀한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시로 찾아오는 요의(소변을 보고 싶은 느낌)였다. 이동하는 동선 상에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했고 처음 가보는 장소라면 위치를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실제로 여러 가지 화장실로 인한 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데 그때의 아찔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처진다. 부끄러운 경험 하나를 얘기하자면 집에 들어와 거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직전, 문 앞에서 소변이 나온 적도 있었다. 밖에서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고 참고 또 참아 오줌싸개는 겨우 면했지만, 집일지언정 화장실 문 앞에서 소변을 봤을 때. 진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깟 오줌 좀 쌌다가 죽고 싶다는 내가 이상해 보일 분도 있겠으나 그만큼 소변 관련 증상이 심각했고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줄만큼 내겐 가볍지 않은 고민이었다. 수업 중에도 2시간 이상을 참을 수 없어 수업 중간에 반드시 화장실에 가야 했고 이것 때문에 나 스스로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좀 창피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개인 수업을 할 때면 학생 집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남의 집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청소나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집에서는 변기에 앉는 것이 꺼려질 정도였다. 그래서 학생 집에 가기 전 지하철이나 커피전문점 화장실에서 볼 일을 미리 보고 이동해 보기도 했는데 의외로 커피 전문점 화장실도 더러운 곳이 많아 헛구역질을 하며 뛰쳐나온 적도 많았다. 특히 변기 물은 왜 안 내리고 나오는 건지. 진짜 못 볼 꼴을 많이 본 것 같다.


소변을 오래 참다가 실신한 적도 있었는데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가수 현아가 컴백을 미뤘던 그 증상이 내게도 나타났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일시적으로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초래되어 심박수가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져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증상으로, 나의 경우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서 있을 때 나타났다. 예를 들자면 버스나 지하철을 30분 이상 서서 가야 할 때. 평상 시라면 아무렇지 않을 일상이 힘든 일상으로 변해버리니 내 생활에 많은 것들을 바꿔야 했다.


일단 오래 서 있어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발을 바꾸고 밤에는 뜨거울 물주머니로 배와 방광 주변을 따뜻하게 했다. 크랜베리가 방광에 좋다는 얘기에 주스와 알약 타입의 제품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요관 스텐트를 제거하는 당일까지도 소변으로 인해 고생을 했다. 평생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오줌싸개라는 경험.


아, 요관 스텐트 뺄 날이 오긴 오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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