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요관재문합 수술 후 44일째.
드디어 대망의 그 날, 요관 스텐트를 제거하는 날이 되었다. 오늘 치르게 될 병원 내 일정이 3가지였는데 먼저 요관 스텐트를 제거한 후 핵의학실에서 콩팥기능 검사를 받고 그 검사를 토대로 외래 진료에서 나의 상태를 확인받게 되는 날이었다.
9시 반에 예약된 진료를 위해 일찍 도착한 병원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삼 느끼지만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진료 접수 후 비뇨기 의학과 처치실에 가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확인하며 앞에 환자 분이 나오면 다음에 바로 들어가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남편이 월차를 내고 같이 가줬건만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긴장되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처치실에 들어가니 요상한 바지를 주며 이걸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바지이긴 하나 다리를 벌리면 뻥 뚫려있는 신기한 바지였다. 처음에는 바지 입는 방법을 몰라 잘못 입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당황하시며 입는 법을 알려주셨다.
다리를 벌리고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고 나니 아래가 뻥 뚫린 게 제대로 느껴졌다. 빨간 소독약으로 소독을 해주시더니 요관 스텐트 제거 시 방광 내시경이 처음 들어갈 때 악, 아프고 요관 스텐트를 뺄 때 억, 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 거라고 말씀하셨다. 마취를 안 해도 되냐니 좀 둔한 느낌이 들도록 젤을 발라주신다고 했다. 조금 지나 펠로우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상냥한 말투로
걱정 마시고 다리 힘 빼세요. 금방 끝납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얼굴은 산적 같은데 말투는 곰돌이 푸 같달까. 일단 안심이 됐다.
방광 내시경이 들어갈 때는 살짝 이물감이 느껴지더니 식염수가 채워지고 나니 편안해졌다. 그리고 뭔가가 쭉 잡아당겨서 빠지는 느낌이 났다.
피도 하나도 안 묻어있고 아주 좋은데요. 이게 몸에 들어있던 요관 스텐트예요. 생각보다 길죠?
진짜 2분 정도 걸렸나?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요관 스텐트가 하늘색이라니? 그리고 저렇게 길었어? 참 신기했다. 제거 후 간호사 선생님께서 소독약도 잘 닦으시고 옷 입으라고 친절히 말씀해 주셨다. 아, 오늘은 뭔가 일진이 좋은데.
요관 스텐트를 제거하고 나오니 바로 핵의학실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촉박하다, 촉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