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거 누가 받으래요?

내 입이 방정이지.

by anchovy

소위 교육의 메카라고 알려진 곳.

그곳에서 나는 사교육을 하는 선생이다.

이 바닥 사람 치고는 순수하다는 평판(?)을 듣는 만큼 비교적 괜찮은 선생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내게도 굴욕적인, 결코 잊히지 않는 선물 하나가 있다.


바로 ‘바움쿠헨’. 그것도 김oo 제과에서 파는 맛있는 바움쿠헨 덕분에 학원 원장에게 정말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난 일본 애니메이션 꿈빛파티시엘에 바움쿠헨이 나올 때 너무너무 반가웠다. 이 맛있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되겠구나 하고. ^^


그 당시 내가 일하던 곳에 원장은 음주가무에 반쯤 미쳐있던 시절이라 학원 일보단 오늘 어디서 술을 마실까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학원에 대표인 원장이 이렇다 보니 밑에서 일하는 선생들이 제대로 일을 할리가 만무했고 고3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아닌데도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수시 원서 접수를 도와주기 위해 새벽에 집에 가는 건 일상이었다.

이런 내게 고3들은 늘 고마워했고 스쳐 지나가듯 좋아하는 빵에 대해 묻기에 대답한 ‘바움쿠헨’ 덕분에 원장에게 제대로 찍히게 되었다.


어느 날 출근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양 손 가득 김oo 제과 쇼핑백을 들고 오는 학생 녀석.


“쌤, 엄마가 드리래요.”


아니 이 날은 왜 빨리 출근한 건지...

늘 숙취로 늦게 출근하던 원장이 역사적인 이 현장을 보고야 말았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격앙된 목소리로


“누가 이런 거 받으래요? 이런 거 줘야 잘해주는 줄 알 거 아니에요? 선생님 애들 빼가서 학원 차리고 싶으세요?”


졸지에 애들 빼가는 몹쓸 인간이 된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그땐 김영란법도 없던 시기라고?(나야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신분은 아니지만!)


순수한 내 의도는 왜곡되었고 이 날을 계기로 난 깨닫게 되었다. 이 곳을 떠날 때가 됐다는 것을...

(실제로 고3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까지 기다린 후, 나는 그곳을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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