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를 반성하게 한 그녀

by anchovy

알고는 있었다.

나에 대해 여기저기 떠들 거라는 것을.

나와 관계없는 사람 욕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내 얘긴 안 하겠어. 그게 인간 본성이지. 남 흉보면서 친해지고 씹어대면서 시간 보낼 때 정말 재미있지.

그래요, 이해합니다.


이 얘기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내 직장 동료도, 옆집 아기 엄마도 아니고, 건너 건너 아는 지인도 아닌 내가 알고 지낸 지 5년은 된 학생어머니이다. 선한 인상에 모나지 않은 성품을 가진 분이라 전혀 경계를 하지 않던 분이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내 학원생활을 안쓰러워하셨던 분이었고 따뜻한 말을 주고받던 그분이 내 욕을 그렇게 했다니...


사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진짜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나에 대한 각종 평가가 몹시 부정적인 데다가 내 사생활적인 부분까지 타인에게 노출했기 때문이었다. 절대 알려지지 않았으면 했던 일들까지 가십거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눈물 펑펑 날 만큼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었던 사람이고 참 좋아했던 분이 나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전달해 준 사람의 저의는 무엇일까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명쾌하게 결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출렁이던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이 상황에 대해 냉정해질 수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난 왜 그런 가십을 제공한 거지?

이 고민은 결론은,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일을 하던지 완벽할 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그분께 빈틈을 보여줬고 조롱할만한 실수를 했던 것이다. 내 가치를 하락시키고 평가절하 되게 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그걸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나 스스로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절대 후회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내 말을 아끼고 남에 말에는 경청해야 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수업을 그만두더라도 내게 배운 그 시간이 소중하고 고마웠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된 것 같달까? ^^


감사합니다. 제 초심을 돌려주셔서.

저와의 인연은 끝이겠지만 꼭 행복하시길.

그리고 제가 가르친 그 아이가 즐거운 인생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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