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복사 한 장도 결제받아야 하는 학원

by anchovy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할 프린트물이 생기게 마련이다. 전 시간에 배웠던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테스트를 보거나 교재에 없는 추가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든 복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복사할 때마다 몇 장을 하는지 내용이 뭔지 원장의 결제를 받아야 한다면?


실제로 그런 학원에서 일해본 경험상 굉장히 짜증 나고 엄청 귀찮은 일인 데다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욕마저 꺾이게 된다. 물론 그 학원에서 이런 복사 결제시스템이 생기게 된 이유를 들었을 때는 원장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지만.

오늘은 복사 결제시스템이 있었던 학원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학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수업에 필요한 것이 아닌 개인수업이나 그 밖에 사적인 이유로 프린터와 복사기를 사용하는 동료를 종종 보게 된다. 과외에 사용할 책을 통째로 복사해서 가져가시는 분까지 있을 정도다. 이 학원에서도 그런 유사한 이유로 복사 결제시스템이 시작된 것인데 어떤 국어 선생님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능특강 pdf 파일을 프린트하다가 우연히 원장에게 걸린 것이다. 아마도 그게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고 학원 내 수업이 아닌 개인과외를 위해 학원 물품을 남용했으니 원장이 화가 난 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걸린 국어 선생님이 원장을 쪼잔하다며 험담을 하고 강사 커뮤니티에까지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학원 물건을 자기 것처럼 쓰고 당당해하지?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 집에서 하든지 아니면 복사집에 맡겨야지 그걸 학원에서 하고 걸리니까 쪼잔하다고. 그 쪼잔할 걸 학원에서 하신 분은?


가끔, 아주 가끔 이렇게 학원 물건을 낭비하시는 분들이 있다. 종이컵을 하루에 10개 이상씩 쓰거나 짧아진 분필은 쓰지 않고 버리기도 하고 이면지도 다시 쓸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쑤셔버린다. 같은 강사 입장에서 봤을 때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자기 돈 쓰는 원장은 오죽할까? 아주 아까워 죽을 것 같겠지.


결국 쪼잔한 원장도 문제지만 원장을 쪼잔하게 만든 강사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슬기로운 갑을 관계는 함께 만드는 거니까. 내가 슬슬 나이를 먹다 보니 원장들에게 측은지심도 생기는 건지 원장들 마음도 이해가 된다. 어쩌면 언젠가 내가 운영하게 될 학원에선 저런 선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강사여. 당신들도 책 잡힐 일은 하지 말자.

원장들이여. 제발 작은 돈 때문에 면 깎아먹는 일은 자제해주시길!


모두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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