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선생님? 학원 차리실래요?

by anchovy

슬슬 미래를 걱정할 나이인 건가?

학원 채용 공고 나이 제한에 걸리는 경력 많은 선생이 돼버렸다. 정말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느 틈엔가 시간이 흘러버렸다.


친분이 있는 선생님들과 가끔씩 통화를 하다 보면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에 한탄을 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꼭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가 있다.


"선생님이 학원 차리면 거기 나 좀 써 줘요."

"같이 학원이나 할까?"


미래가 불안한 우리 직종.

나이가 들수록 노하우는 늘지만 새로움이 부족해지는 만큼 얼마나 이 일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있다 보니 모두들 자기 이름을 걸고 학원을 차리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겠지.

그런데 왜 나는 학원을 차리지 않는 걸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돈 문제.

나는 교육에 메카로 불리는 지역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도 다 그 지역 애들이겠지. 그럼 그 애들이 내 고객이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학원을 차리기 위한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모일만한 곳으로 학원 자리를 잡으려면 다달이 나가는 월세가 부담스러울 것이고 월세 뿐 아니라 처음에 감당해야 할 보증금도 비쌀 것이다. 거기다 선생님들 월급은 어쩔 것인가? 난 손가락 쪽쪽 빨고 있을지언정 내 밑에 사람을 굶길 순 없는데 돈이 있어야 월급도 주는 거지. 이런 문제들이 발목을 잡는다.


그럼 다음 이유는?

어중간한 나이.

젊지도 않은데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를 가진 탓으로 카리스마 있는 오너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젊은 패기도 없고 세월이 연륜도 부족한 선생인 내가 누굴 이끌어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

너무 많은 실패를 봐서 겁이 난다.

내가 다닌 학원은 실패 사례가 차곡차곡 입력되어있다 보니 나도 그런 실패 사례가 될까 두렵기만 하다. 무리한 확장, 강사에 배신, 내부 분열,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아집...

수많은 실패 이유를 보고 들었기에 학원 차리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아마도 이 망설임을 백만 번쯤 경험한 후 결국에는 학원을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냥 선생인 나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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