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학부모 중에도.
일정한 주기마다 연락을 주시는 분이 있다.
그것도 항상 늦은 밤.
11시를 넘긴 시간, 카톡!(물론 난 이 시간에 일을 하거나 퇴근 중이지만)
새벽 6시 반에 전화한 적도 있었지. 강사에겐 이 시간에 전화하는 건 정말 큰 실례라는 걸 모르는 걸까?
이 연락에 주인공은 잠시 수업을 했던 학생의 어머님이다. 처음 소개를 받을 때 남편분은 안정적이고 고수입인 직종에 종사하시는 데다 아이가 의대를 희망한다기에 돈에 관해서는 별 트러블은 없겠거니 생각했었다.
하. 지. 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대를 희망한다는 이 잘난 학생은 자사고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에 관련된 선행이 1도 되어있지 않았고 프리토킹이 가능하다던 영어실력은 그 흔한 토플 점수도 없는 말만 잘난 아이였다.
수업을 시작하게 되자 자사고 입학을 위한 자소서를 쓰고 있는데 조금만 봐주시면 안 되냐는 카톡이 슬금슬금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 쓰는 게 맞냐,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좋은지 조언을 구한다는 작은 부탁이었지만 점차 100자를 채워야 하는데 좀 써서 보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가 시작됐다. 물론 무료로!
정식적으로 써주는 게 아니므로 돈은 못 주겠고 100자 쓰는 건 선생님한테 쉬운 일 아니냐는 거다. 그 쉬운 걸 왜 본인은 못 하실까?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이 있는데 자소서를 쓰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게 아니다. 멋진 문구에 감정에 호소하는 글을 쓰면 감동을 받아 심사위원에 긍정적인 점수를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가진 재료를 잘 요리해서 보여주는 진짜가 필요한데 왜 자꾸 거짓말을 만들고 꾸미려고만 하는 건지....
암튼 이 어머님에 연락은 수시로 계속되었고 밤에 답장을 안 하면 새벽부터 전화를 하기까지 했다. 또한 자사고 면접을 위한 시험을 위해 딱 1회 만에 완성되는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부탁까지 하는데.. 참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 모자란 아이를 어떻게 딱 한 번에 똘똘이로 만드나요? 본인 눈에는 자기 아들이 초 천재로 보인 모양이신데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면 자사고에 절대 가면 안 되는 학생이었다. 내신이 쉬운 중학교에서 어영부영 적당히 좋은 점수받았겠지만 시험이 모의고사 형식으로 나오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중간도 못할 아이기 때문이다.
결국 운이 좋게 자사고에 합격하고 그 이후 더 많은 부탁이 시작되었다. 학교 내 대회가 있을 때마다 전화해서는 가지고 있는 보고서나 논문, 독서 기록이 있으면 그냥 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사를 가고 더 이상 내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고부터는 자꾸 자기 집으로 와서 수업을 해달라는데 너무 먼 데다가 작은 페이, 지나친 요구에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자기 지역에 내 수업 들을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고 3팀 정도 만들고 있다며 그전에 자기 아이를 위해 대회 준비를 해달라고 말했다. 물론 돈을 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없었지.
근데 문제는 최근 내가 휴가를 갔을 때 발생했다. 외국에서 모처럼 편안히 쉬고 있는데 '카톡'
"선생님? 우리 oo이 독서기록 토요일까지 제출해야 해요."
나는 대답했다.
"저 외국에 있어요. 토요일에 갑니다."
그러자 이 어머님에 답장
"그럼 우리 애 독서 기록 어떻게 해요?"
뭐라는 거야? 나한테 수업도 안 받고 돈도 안 낼 거면서 지금 맡겨놓은 돈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왜 내 시간을 방해하는지... 자기가 방학하면 수업도 다시 할 거고 소개도 할 건데 왜 안 해주냐는 이 엄마에 당당함....
대박이었다. 계속되는 카톡 연락에 이메일에 저장됐던 독후감을 몇 편 보냈다. 그러자 잠잠...
그래서 이 이야기에 결론은?
당연히 연락두절이지!!!
이런 게 진정한 먹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