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나같은면 부담스러울텐데, 그냥 막 받네요?

by anchovy

얼마 전 네일샾에서 여름 내내 내 못난 발톱을 꾸며주던 페디를 지웠다. 일반 네일이 아닌 자외선을 이용해서 굽는 젤네일이다보니 지속력이 좋은 장점이 있기도 했지만, 그 장점 덕분에 집에서 절대 지울 수는 없어 네일샾에 와야한 했던 것이다.


이번까지 정식으로 네일샾에 와본 건 3번째인데 안면을 익혀서 친숙해진 직원 하나가 불쑥, 좀 기분 상하는 얘기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언니? 같이 오는 언니는 언니가 가르치는 학생 엄마죠? 이런데 와서 그 언니가 돈 내주고 관리받는 거 부담되지 않아요? 난 절대 죽어도 안해.”


사실 이 샾에 오게 된건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부모님 때문이었는데 자세한 내막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학부모님과 함께 회원 가입을 하고 관리를 받으니 좀 거스렸던 부분이 있던 모양이다.


“부담이요? 아. 혹시 네일하고 페디 비용 학부모님이 내주시는 게 보고 그러시죠? 음... 만약에 제게 마냥 받기만 한다면 좀 부담되겠지만 저도 그만큼 해드리는 게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개운하지 않고 뭔가 찝찝했지만 뭐라도 얘기해야할듯 해서 얘기를 주절거렸다.


“그리고 언니는 이 동네 안 살죠? 여기 집 값이 얼마인데 이 동네서 살겠어, 그쵸? 그 엄마는 딱 보니까 여유있어 보이시던데 예뻐서 그런가 시집 잘 갔나봐요.”


네일샾에서 듣게 된 이 어이 털리는 tmi! 이 사람, 의도가 뭐야?


가만보니 내가 부잣집 마나님한테 빌붙어서 호의호식하는 기생충이라는거야? 글구 이 부잣님 마나님은 얼굴로 취집한 여자라는거지?

우리 둘을 싸잡아 욕한 것이다.


물론 거기서 소리 높여 화내진 않았다. 아주 고상하게 신경끄셔도 좋다라고 말씀드렸지. 물론 오해할 순 있다. 왜 내가 공짜로 이렇게 대접을 받느냐 궁금할테니. 근데 누구나 아는 사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나? 나도 이런 대접을 받을만큼 그분에게 해준 게 있겠지. 난 학교쌤이 아니니 뭐 촌지나 뇌물이 아니고 지난 여름 방학동안 학생을 위해 한 일이 있었는데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추가적인 수업료를 받지 않아 고마운 마음에 딱 3번 네일샾에 데려와주신 그분의 호의가 남들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던가보다. (근데 3번째는 그냥 지우러만 왔다고! 이 여자야!)


이 네일샾을 나오면서 내가 위치한 자리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무심하게, 아무 생각없이 대접을 받으며 당연하게 생각한 나의 태도가 문제일 수 있겠구나, 이런 고민들로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선생과 학부모가 친한 지인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론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물론 이 사건이 있다고 해서 이 학부모님과 멀어질 생각은 절대 없다. 내겐 좋은 인생선배고 배울 점이 많은 언니같은 분이니까. ^^ 그래도 오해는 받지 않도록 처신을 잘해야겠다는 큰 교훈을 얻었지. 아주 아주 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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