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다.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을 피나는 노력만으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결코 좋은 끝맺음을 만들 수 없다고들 하지만 천재가 노력하는 순간, 그 간극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런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음악에 반응하고, 한 번 본 동작을 쉽게 따라 하는 애들에게 당연한 듯 예체능 쪽을 권하게 된다. 너는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 것이다. 이런 말로 그 뛰어남을 인정하고 평범한 아이들과 차별을 둔다.
반면 일반적인 공부는 어떨까?
수학 머리도 영어 머리 그런 게 어딨어? 잠 적게 자면서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있어? 다 하기 나름이야. 하고 나서나 얘기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니야. 우리 엄마, 학원 선생님, 우리 담임이 하던 단골 멘트였으리라.
노력하면 된다고?
노력만 하면 전교 1등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득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너희들을 보면 어느 정도에 대학을 갈지가 예상되는구나. “
뭔 헛소리인가 싶었다. 15살짜리의 미래를 당신이 뭔데 보인다고 하는 거야? 점쟁이야 무당이야?
근데 이 헛소리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눈 앞에서 보고 있다. 뭐 정확히 어느 대학이 딱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 저 녀석은 확실히 공부하는 습관이 잘 잡혔구나, 지구력이 좋네, 벼락치기 스타일이라 고등학교 가면 내신관리는 힘들겠네...
고등학생 중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살펴보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잡히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노력만으로 버티다가 밑천이 바닥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잠을 줄이고 수업 시간,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해봐도 설렁설렁 건들건들 공부하는 저 녀석을 이길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너 그 애가 공부 안 하는 거 같니? 아닐걸. 다만 중요한 포인트를 잘 집는 거지. 그러니까 시간 활용도 잘 돼서 노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그 애가 노력 안 하는 것 같아?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서도 참 씁쓸하다. 그 포인트를 집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타고난 재능인 경우가 많으니까 넌 그걸 못 가졌으니 그냥 그 정도에 만족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나 자신도 그런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범재였으니 그 좌절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그럼 이 얘기에 결론은 천재는 타고나냐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결코 아니다. 어른들이 본인도 경험한 타고난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해달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타고난 개성이 있고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공부라는 하나의 잣대로 판단해버린다면 그건 너무 섣부른 것이 아닐까?
함부로 아이의 미래를 속단하지 말자. 성적 때문에 혼나고 있는 이 아이가 더 멋진 어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게 진짜 어른 다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