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전 연인이 새벽에 이런 문자를 보내면 처음에야 설레거나 옛 감정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정기적으로 본인이 힘들 때마다 땜빵용으로 내게 전화를 한다면 나를 뭐로 생각하나 싶어 화가 날 것이다. 이런 구질구질한 전 연인처럼 수업을 그만둔 학생이 중간 기말고사 때마다 연락해 온다면 어떨까?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과 연락처를 주고받을 때가 있다. 카톡으로 풀어와야 할 문제를 보내기도 하고 학교 가정통신문을 확인해서 정확한 시험 범위나 시험일정을 알기 위함인데 시험 전 날에는 새벽 시간대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용을 물어보려고 연락해 오는 녀석들도 부지기수다.
그래. 지금 나하고 수업하는 애들이야 연락할 수 있다. 나한테 돈 주는 고객님들 이시니 내가 그 정도 서비스 제공하고 말지 뭐.
근데 나랑 수업은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아니면 인강을 듣는 녀석들이 시험 때만 연락이 온다. 카톡으로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전송한 후 풀이 과정을 보내달란다. 나참.
아니 제자였는데 왜 이리 빡빡하냐 싶겠지만 분명한 건 이미 그 녀석들은 다른 학원에 다니거나 인강을 듣는다. 그런데 왜 내게 연락해선 그것도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사진 달랑 한 장 보내고는 풀이과정 보내라는 게 말이 되냐고?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과 내 제자였으니 모른 척할 수는 없어 기꺼이 문제를 풀어서 보냈지만 매 시험 때만 연락하는 녀석들을 보니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페어타이어도 아니고 이건 뭔가 싶었던 것 같다.
여러 번 이런 연락을 해 온 학생에게 다니고 있는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얘기해보니 이 전 연인 같은 학생 녀석이 이렇게 얘기했다.
“이미 물어봤는데 알아서 풀어보래요. 혼자서 풀어봐야 한다나. 완전 짜증 나요. “
그래, 너도 짜증 나니? 나도 그렇단다.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 못하는 소심한 인간인지라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아가야. 선생과 제자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단다. 그걸 모르는 너희들 때문에 이번 시험기간도 기분이 잡친 이 선생님이 부탁한다. 너 스스로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마음도 생각해주렴. 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