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온 전화.
우리 애 과학 관련 상 하나가 없어요. 의대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이번에 학교에서 발명품대회 공지 나왔던데 쌤 학생들이 했던 것 중에 하나 주시면 안 되요? 제가 소개 많이 할게요.
송도로 이사 간 학부모님.
늘 의대보낼 거라고 호언장담하시던, 우리 애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는, 영어도 잘하는데 일어는 독학해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잘난 도련님을 키우시는 이 분은 소위 ‘진상’ 이다.
말이 과할 수도 있지만 내 기준으로는 진상이다. 절대 돈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던 것 달라는, 그런 비용은 줄 수 없다는 대단하신 분이지.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해서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 제출이니 만들어 내란다. ㅎㅎ 난 해줄 생각도 없는데. 이 잘난 도련님의 어머님을 처음 안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비용을 받아본 적이 없다. 수업 이외의 것을 만들어 주어도 당연한듯 돈을 내지 않는다. 하물며 책정된 비용까지 헐값으로 깍으려 한다. 본인은 이런 행동에 알뜰하고 경제 관념 투철한 주부이자 엄마라고 생각하시는듯 하다.
이번에 특히 화가 난 건 ‘소개 많이 할게요.’
이 사기성 짙은 거짓말 때문이다. 우리가 알게 된지 1년이 넘었는데 단 한 건이라도 소개를 했음 이 말에 넘어가겠지만, 누굴 호구로 아나! 이 공수표를 몇 번 쓰는건지. 거짓말도 좀 창의적으로 하던가, 이젠 레퍼토리가 떨어졌나보다. 통화를 마치며 더 가관인 말.
오늘 밤까지 아이디어 생각해보고 전화주세요. 급한 거니까.
하하하하하하.
웃어야 하는 게 맞는거겠지. 나 돈도 안 받는건데 맡겨둔 거 있나? 혹시 내가 이 분한테 돈 빌린거 있나? 당연히 없다.
이 분의 이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가 3년 동안 관리했던 학생 어머니께 전화해 발명품대회 자료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도 그냥? ^^ 나한테는 공짜로 뭐가 안 나올 것 같으니 내가 관리한 학생 것이라도 얻어쓰려한거지.
근데 어쩌나?
내가 3년을 관리한 학생의 학교에는 애초에 발명품 대회가 없었다. 그러니 줄 자료가 없는거지.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진상 어머님께 강펀치를 날려주기까지 하셨다. 이런 대회를 서울에서 전문가에서 의뢰할 시에 들어가는 비용부터 내가 다른 학생에게 받는 비용을 상세히 비교해서 알려주셨다는. 아. 체증이 내려간다.
결국 다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오늘이 접수 마감이라 급하다는 분께서.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