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간 약속에 쫓겨 잠실에서 대치동으로 이동하며 택시에 올라탔다. 대치동으로 가는 여자 손님이니 학원 쪽으로 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물으신 건지 하는 일이 뭐냐는 기사님.
대충 내가 하는 일을 말씀드리니 툭하고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신다.
그거 아무나 하죠? 우리 아들도 서울대 나와서 대치동에서 애들 가르치다가 때려치웠는데, 아니 학벌 좋으면 더 대우해줘야 하는 거 아냐?
아마도 아드님이 학원가에 잠시 몸 담았다가 적응 못하고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계속 불라불라 뭐라고 하시는데, 교무실에 혼나러 내려온 날라리도 아니고 참. ㅎ 택시에 탄 잠깐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너무 괴로웠다. 끊임없이 학원가를 비하하는 말들. 늙어서도 쉽게 돈 버는 직업이라며 그 쉬운 직업을 때려치운 본인 아들을 한심해하셨다.
이해는 한다.
장성한 아들이, 그것도 서울대 씩이나 나와서 백수라니 얼마나 답답하시겠어? 하루 종일 택시를 운전하시며 온갖 이상한 인간들을 상대하며 울분이 쌓으셨을 수도.
이 기사님처럼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진입장벽이 낮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아마 학원가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은 알 것이다. 우리에게도 계급이 있다는 것을. 누구는 브라만이라면 누군가는 수드라라고! 우리도 잘 버는 사람은 먹이 피라미드처럼 그 수가 많지 않은데 뭐 다들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는지? 일반적으로 학벌, 실력, 본인이 가진 끼와 재능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우리도 다 다르다 이 말씀.
택시에서 내려 길을 걸어가며 생각했다. 진짜 성공해야겠구나. 저런 얘기에 기분 상한다는 것 자체가 난 아직 성공 못한 하층계급이네. 갑자기 입 안이 씁쓸해졌다.
언젠가 학생 녀석이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꿈이 뭐예요?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현재 내 꿈이 뭔지 잊고 살면서 학생들 면접 준비할 때는 그렇게 남에 꿈을 잘만 만들어주다니 (종종 면접용 장래희망을 만들어준다.^^;) 웃기지도 않았네. 그냥 현재 내 꿈은 성공이었던 것 같다. 뜬구름 잡듯이 그냥 성공하자! 이렇게.
이 곳에서 일하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돌아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했던 날들이 아니었나 하는 회한이 들었다. 물론 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 애들을 관리하는 모든 일들이 재미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일을 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새로운 꿈을 계획하고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 상상만 하던 그것. 이젠 해야 할 순간이 온 것 같다. ㅎ
이 결심을 하게 해 주신 아들 서울대 보내신 택시기사님 감사해요.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