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잘 가르친다 = 쉽게 가르친다

by anchovy

강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한 문장.


잘 가르친다 = 쉽게 가르친다


나는 화려한 수식으로 강사의 실력을 평가할 필요 없이 저 말이야말로 강사가 들어야하고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나도 예전에는 영재나 특목고, 자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범한 아이들의 수업은 시시해 했던 때가 있다. 잘 가르쳐도 그닥 빛나지 않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기 싫었던 거다. 조금만 도와줘도 반짝반짝 예쁜 결과물을 가져다 주는 학생에게 마음이 갔고 그 아이를 가르치는 나는 잘난 선생이라 착각했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선행 내용을 설명하며 내 실력을 뽑내고 일반적인 교재가 수준에 안 맞다며 문제집 제작에 참여하고 심화문제만 열심히 만들어댔다. 이러면 엄청 멋지고 나를 인정해줄거라 생각했으니.


그 때에 나는 화려하기만 하고 알맹이는 없는 선생이었는데 한 때는 그게 먹히기도 했기에 정신을 못차리고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평범한, 아주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수업 분위기가 묘하게 차분했다. 애들에 눈빛을 보니 이건 완전히 모르겠다는 느낌을 빡 뿜어내고 있었다. 어려 번 반복해서 설명을 해봤지만 눈만 꿈뻑꿈뻑.


수업을 이해했는지 간단히 테스트 해봐도 반 타작에 숙제 체크를 해보니 이 쉬운 문제를 3시간이나 걸려서 했단다. 그 때 알았다. 내가 잘못 했구나. 나 혼자 잘난 줄 알고 떠든 거였다. 이 애들의 능력치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한테 맞추라고 있으니 선생으론 실격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진리는 누구를 가르치던지 그 아이에 쉽게 가르치는 게 잘 가르치는 거라는 사실이다. 누굴 가르치던지. ㅎ


오늘도 나는 제각각인 아이들에 맞춰서 강의톤을 바꿔가며 수업했다. 이게 힘드냐고? 전혀. 아주 자연스럽게 저절로 바뀌니 힘들지 않다. 내일도 저마다 다른 색을 가진 애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난 그 아이에게 최고로 쉽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지. 더 이상은 잘난 선생이 아닌 진짜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될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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