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출근이 너무 빨라요.
수업 직전에만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수업 중간, 공강 시간에 수업 준비하면 되죠, 뭐.
학원에서 일하다 보면 출근 시간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듣게 된다. 수업 시작하기 2-3시간 전에 와서 할 것도 없는데 멍하니 앉아 있는다는 얘기...
근데 진짜 할 일이 없는 걸까?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초보 강사 티가 팍팍 나는 실수투성이 선생이었다. 수업 전 교재를 살펴보고 문제도 한 번씩 풀어보며 교사용 교재 내용 그대로 읽지 않으려고 다른 표현으로 바꿔 연습까지 했었다. 이렇다 보니 출근 후 2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주변에 계신 베테랑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본 후 바로바로 수정해 나가며 엄청 많은 것들을 초창기 2-3년 안에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내 경험을 회상해보면서 다른 강사들이 말하는 수업 5분 전에 출근해도 충분하다.’는 얘기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경력이 점점 쌓이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중등 정도에 내용은 수업 교재를 보지 않고도 술술 설명하게 될 것이다. 교재에 실릭 문제도 미리 풀어보지 않아도 수업 시간 내에 별다른 고민 없이 해결 가능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익숙해졌다고 해서 내 학생들까지 베테랑이 되는 걸까? 경력 쌓인 선생이야 수업 내용 정도는 너무나도 쉽겠지만 지금 내게 배우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는 이 내용이 처음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그 아이들을 위해, 눈높이를 맞춰 유인물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좀 더 쉬운 예시를 찾아봐야 하거나 혹은 심화 문제를 찾아두고 수준 높은 학생들에게 풀어볼 기회를 줘야 할 수도 있다. 근데 수업 5분 전에 와도 충분하다고?
유인물을 프린트할 시간, 교재를 한 번이라도 더 훑어볼 여유, 강의에 필요한 도구를 챙기고 혹시 결석생 전화가 왔었는지 알아보려면 최소한의 여유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여유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원장과 강사 모두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무조건 학원에 잡아두려는 원장, 되도록 일을 안 하고 싶은 강사. 이 둘이 존재하는 학원은 결코 성장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아니, 언젠가는 자멸할 것이다. 강사 일을 1-2년 하고 그만둘 분이 아니라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성의를 지닌 강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