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학습열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쵸비 Dec 08. 2019

#01. '학습열작'에 대하여...

메거진 '학습열작' 에서는 공부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학(學)-습(習)-열(說)-작(作)은 공부의 단계를 의미|


   《논어》 <학이(學而)> 편에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구절이 나온다. ‘배우고 제때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다. 논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본 구절일 것이다.     


   학문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배우는 일(학, 學)이다. 배우지 않으면 지식을 얻을 수 없다. 그 다음 할 일은 배운 지식을 익히는 습(習)의 단계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朱子)는 “배우고 또 그것을 계속 익힌다면 배운 것이 익숙해져서 마음 가운데 기쁨, 즉 열(說)을 느끼게 된다” 라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 작(作)을 추가하여 공부는 기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지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바이다. 즉, 공부의 끝은 작(作)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하든 원하는 기업에 취업을 하든 결과물로서 공부는 완성되어야 한다. 즉 공부는 학(學)→습(習)→열(說)→작(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學)의 단계|


   배움(學)이란 새로운 정보를 통해 자기 지식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알던 기존 지식을 지속적으로 깨어나가려는 의지의 과정이다. EBS <통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본 배움의 정의가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준 세계 안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더 작은 울타리를 단단히 치며 산다. 배움이란 바로 그런 습관을 깨는 것이다. 근대의 계몽운동도 그런 각성의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선각자의 메시지였을 것이다.     


   늘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식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으로 만들어진 나를 깨는 것이어야 한다. 나를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 기존의 나를 스스로 깬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학(學)의 과정이다.        



|습(習)의 단계


   배운 지식에 대한 익힘(習)과 사유가 없다면 그것은 단순 지식 쌓기에 그치고 그 지식은 생명력이 없는 죽은 지식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지식은 지혜로 승화되지 못한다. 지식이 지혜로 승화되려면 그 지식의 바탕 위에 자기의 생각과 감정, 경험 등이 더해져야 한다.     

   

이것은 마치 소가 여물을 되새김해서 소화시키는 것과 같다. 되새김하는 방법의 하나로 지식의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시켜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책에 나오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배운다고 하자,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자신이 역사의 사건 속 인물이 되어 사유해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배운 것을 되새김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읽은 책이나 배운 것, 보고 들은 일, 경험한 일 등을 다시 기록하는 것도 바로 되새김하는 방법이요 자기화하는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습(習)의 과정이다.        



|열(說)의 단계| 


  공자가 말한 ‘불역열호(不亦說乎,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과연 어느 정도의 기쁨을 의미할까? 기쁨(說)은 자기 혼자 마음속으로 느끼는 희열(喜悅)을 말한다. 즉 공부를 하다가 모르던 것을 깨우쳤을 때나 새로운 앎을 터득했을 때, 영화나 책에서 감명 깊은 내용을 보거나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 기쁜 감정을 여럿이 함께 나누게 되면 즐거움이 된다. 예를 들면, 가정주부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을 때는 혼자만의 기쁨을 느끼지만 그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학문하는 기쁨이나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배워서 혼자 깨달음을 얻으니 그것이 기쁨이며 학우들과 함께 배워서 깨달음의 기쁨을 나누어 가지니, 그것은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열(說)의 과정이다.        



|작(作)의 단계|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는 의미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수필집에서 유래된 키워드다. 필자는 이 문장을 ‘작지만 확실한 행동’ 이라는 뜻의 소확행(小確行)’으로 바꿔보고 싶다.     


   백번의 말이나 생각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더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 문장을 다시 공부에 초점을 맞추면 그 의미는 더 확실해진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많은 공부를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배운 것을 응용하여 행동으로 옮기고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공부를 완성하는 것이다. 비록 좋은 안주가 있더라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비록 지극한 도를 배웠더라도 행하지 않으면 그 좋음을 모른다. 이런 까닭으로 배운 연후(然後)에는 즉시 활용해봐야 부족함을 알고 더 깊은 공부가 된다.     


   학창시절 공부한 내용 중에서 성인이 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지식들이 있다.

구구단, 애국가 1절, 조선왕조 역대 왕들의 이름 중 앞부분(태정태세문단세...), 닭 부화시키는 모습 등, 가사를 개사하여 노래를 부르거나 몸으로 느껴보고 창의적으로 응용 해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작(作)의 과정이다.  



|낡은 방식의 공부법, 교수법 이제는 변해야 산다.


   우리 교육은 탁월한 암기력, 정답을 귀신처럼 찾아내는 능력, 단답형 지식을 재빨리 답하는 능력으로 학습자들을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누어 경쟁 시킨다. 그래서 내용에 대한 습득 능력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고 일 것이다.     


   우리에게 공부란 텍스트의 내용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들도 텍스트를 통째로 외우면서 그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 했다. 이런 전통은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에서, <장학퀴즈>에서, <도전 골든벨>에서도 얼마든지 확인 할 수 있다.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하던 40여 년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끝났다. 현장은 창의적 인재를 절실히 구하는데 교육은 낡은 방식 그대로다. 창의력과 생각의 힘을 키우려면 수업방식, 평가방법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필자의 저서 ‘공부유감’에서 내용 편집하였으며, 앞으로 메거진 '학습열작' 에서는 공부와 교육에 관한 유익한 이야기들을 쓰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